- ‘작은 모델이 더 맵다’ 모델 고소현 [인터뷰]
- 입력 2013. 05.19. 17:58:55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과연 ‘작은 모델’은 야무졌다.
패션쇼 모델처럼 큰 키를 요구하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 모델 중에서 166.5cm의 고소현은 독보적이었다. 전문 모델 못지않은 시크함으로 그는 로우 클래식의 룩북과 패션 필름 작업을 함께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옷을 입던 공대생이 런웨이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주인공이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노는 물이 달라져도 고소현의 매력은 통했다. 혹시나 떨어질까 하는 마음에 친구들 몰래 지원한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3’(이하 도수코)가 계기가 된 것. 개성 있는 마스크와 섬세한 연기로 시리즈 초반 1위를 계속하며 결국 톱 5까지 올랐고, 그 매력은 런웨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11월 쟈뎅 드 슈에뜨 컬렉션에서 모델로서 정식으로 데뷔한 그는 2013 S/S 서울컬렉션에서 7개의 무대를 누비는 ‘봄’을 만끽했다.
여전히 그의 자극제는 ‘키’다.
“도수코에서 다들 저더러 작다고 하니까 더 잘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촬영 때 와이어에 매달린 채로 고개를 젖혔는데 투명 고글이 땅에 떨어졌어요. 그때 고글이 동강이 나서 무섭기도 했는데 그 순간에도 포즈 욕심이 앞서더라고요. 그렇게 노력하면 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서울컬렉션 무대에 서니 다시 키가 보였어요. 다른 모델들을 보다가 저를 봤는데 뭔가에 눌려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상체를 펴는 것은 기본이고 다리를 더 많이 벌려서 걷고, 옷이랑 저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표정에 집중했어요”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크지 않은 키가 장점이 됐다. 아기자기한 쁘띠첼 광고에선 ‘김수현의 그녀’로 주목받았고, 캐논 광고에서 수줍은 미소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6개월 차 모델 고소현은 생각보다 여성 팬이 많다.
“도수코에서 털털한 연희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랐는데, SNS에서 저에게 ‘언니~ 언니~’ 하는 트윗이 많이 오더라고요. 제 일상 패션을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지나 봐요”
소녀 같은 얼굴과 대조적인 패션은 고소현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가죽 재킷, 모자, 데님 아이템 같은 기본적인 옷을 보이시하게 재해석한다. 친근하면서도 색다르게 옷을 입을 줄 아는 그에게 스타일링 비결을 물었다.
“일단 레이어드를 하면 스타일리시해요. 여름에도 카디건을 꼭 챙기는 이유죠. 요즘은 화이트 셔츠의 매력에 빠져서 오늘 입은 것처럼 흐물흐물한 것부터 빳빳한 재질, 비치는 것과 안 비치는 것까지 죄다 모으는 중이에요. 중요한 점은 셔츠가 여성스러우면 백팩을 멘다든지 스냅백을 착용한다든지 해서 보이시한 느낌을 줘요. 또 원피스를 입어도 구두보다는 스니커즈가 좋아요. 특히 힐은 촬영 때만 신고요.”
타고난 패션 감각과 끼로 누구보다 쉽게 꿈을 이룬 것 같은 고소현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다. 집에서 혼자 연습할 땐 포즈와 표정이 자연스럽지만, 현장에서는 몸이 뻣뻣해져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그는 ‘긴장형 B형’. 도수코에서도 마지막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션에서 이런 고질병에 갇혀 실력발휘를 못 했다고 했다.
디자이너의 옷을 맛있게 요리하는 모델이라는 직업, 뜻밖에도 그의 부모님은 그 길을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소현은 이화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 중으로, 먼저 졸업한 친구들은 대기업에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아 방황하는 그에게 스타일리스트 출신의 언니가 지원군이 됐다.
“정말 원하면 도수코에 지원해보라고 했어요. 지금도 아버지는 모델로 밥벌이가 되겠느냐며 걱정하시지만, 텔레비전에 제가 나올 땐 좋아하세요. 저도 그럴 때 가장 뿌듯하죠. 딱 하나 학교 친구들이 부러운 점은 월급이 제때 들어온다는 것. 그래도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활동적으로 하니까 미련 없어요”
앞으로도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모델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고소현은 관심 분야만큼은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학교 동아리에서 ‘렌트’라는 뮤지컬에서 ‘미미’를 연기했어요.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해요. 최근에 소속사의 고민성, 박종환 선배가 출연하는 연극 ‘더 파이팅’을 보니 가슴이 뜨거웠어요. 언젠가 연기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를 배웅하기 전 파우치에는 뭐가 들어 있느냐고 살짝 묻자, 고소현은 누드 톤 네일을 곱게 바른 손으로 썬팩트와 립글로스를 재빠르게 꺼내 보였다. 뜻밖에도 그의 뷰티 시크릿은 소탈했다. 민낯과 소식이 ‘짱’이라는 작은 모델 고소현은 그렇게 햇살 속으로 당차게 걸어갔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