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이은 새로운 ‘갑’, 패션 편집매장 [갑을 대격돌 ⑦]
입력 2013. 05.19. 18:29:11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김지은 기자] 트렌디한 패션유통의 한 형태로 편집매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의 ‘비이커’, ‘10꼬르소꼬모’, ‘메종 르베이지’, LG패션의 ‘라움’, ‘어라운드 더 코너’, 롯데 ‘킷슨’, 동양패션부문 ‘매그앤매그’ 등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편집매장이 늘어났고, 백화점은 자주MD의 방편으로 계속해서 편집숍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에이랜드’처럼 독자매장으로 출발해 백화점 입점에 이어 홍콩 진출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생기는가 하면, 유아동복, 신발, 잡화, 언더웨어 편집숍과 같이 복종별로 전문화된 편집매장도 인기다.
말 그대로 편집매장은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브랜드를 하나의 콘셉트로 편집해 놓은 매장이다. 이는 신진 디자이너의 옷이 시장에서 파워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편집숍과 입점 브랜드 간의 ‘갑을 관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브랜드를 가져와 하나의 콘셉트로 묶는 것이 편집매장의 기본 구조다 보니, 주 경쟁력은 다름 아닌 브랜드의 바잉. 그래서인지 입점 브랜드와의 계약기간 및 입점 조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편집매장이 노출을 꺼렸다.
하지만 편집매장 대부분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자사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어울리는지, 매출을 주도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입점을 결정하며, 계약이 성사되면 동일 상권 내에서의 중복 유통은 금지하며 몇몇 독점 브랜드는 자사 유통 및 숍인숍 유통만을 허용하고 있었다.
편집매장의 운영은 사입과 위탁으로 이루어진다. 사입은 재고부담을 떠안는 방식이고 위탁은 판매분에 대한 정산을 의미한다. 전문 카테고리 편집매장 A는 메이저 브랜드 위주로 사입이 이루어진다. 신규 브랜드는 미팅 후 거래조건을 결정하는데 거래조건은 사입과 위탁, 수수료 등이 포함되며 브랜드마다 다르다. 이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상품의 판매 가능성과 상업성을 판단해 입점을 결정한다.
대부분 편집매장이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수료를 내는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편집매장 A에서 제품을 판매했던 한 의류업자는 1년 반 정도 이 매장에 입점했다가 얼마 전 나왔다. 그가 밝힌 A 매장의 수수료는 33%. 매장에 입점한 다른 브랜드도 30~33% 선이라고 했다. 백화점 수수료가 37% 선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이 편집매장은 신진 디자이너와 동대문 의류, 수입 잡화를 비롯해 현재 5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사입과 위탁을 4:6 정도로 진행하고 있는 이 매장에 그는 백화점에 맞먹는 수수료를 내고 입점을 결정했다. 하지만 바로 명동 본점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며 신진 브랜드였던 탓에 관례에 따라 A의 여러 매장 중 비교적 취약한 매장으로 입점을 시작했다. 이때 매출이 괜찮으면 명동 본점으로 진출한다고 했다.
그는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디자이너들은 A 매장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초기엔 열의를 갖고 제품을 넣지만, 매장 중간 제일 좋은 섹터에는 중국에서 온 저렴한 제품을 넣고 디자이너 작품은 매장 구석 한쪽에 배치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편집매장 내 위치 배정에 대한 권한은 철저하게 매장 측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어필 한 번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30% 넘는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입점을 하고 재고부담을 100% 안고 간다. 자리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떼어가는 편집매장의 형태는 유통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임대업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몇 년 전 편집매장 L에서는 입점 브랜드의 제품과 편집매장에서 독자적으로 전개하는 PB를 함께 판매하다 입점 브랜드의 매출이 PB보다 높게 발생하자 해당 브랜드를 나가라고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 편집매장 입장에서는 마진이 높은 PB를 판매하는 것이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한 편집매장 중 수수료를 공개한 곳은 없었다. 또한 갑과 을의 표현은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갑과 을의 입장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고 했다. 특히 서로 다른 두 편집매장으로부터는 “편집매장과 입점 브랜드가 갑-을의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이들은 마치 남양유업 사태 이후 언론 대처 매뉴얼이라도 받은 듯, 같은 표현으로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의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편집매장. 새로운 패션 유통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편집매장은 단일 브랜드에 올인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거나 국외에서 이미 성공한 브랜드로 매장을 구성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브랜드 개발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투자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때,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리고 자리 잡게 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입과 위탁 및 단독 계약 등에 관한 관리 방안이 요구된다.
한 편집매장 관계자는 “우리 매장의 입점 브랜드는 각각의 브랜드가 아니고 전체 편집매장 안에 융합되어 전시, 판매된다”고 말했다. 과연 입점 브랜드 쪽에서도 ‘융합’이라는 표현에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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