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유병장수시대 [패션 뒷담화③]
입력 2013. 05.20. 17:29:2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최근 패션가는 불황으로 인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 수가 감소하면서 이례적으로 장수 브랜드 비중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봄, 가을을 기점으로 의례적으로 20~30개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0개는커녕 5개를 넘기도 힘들 정도로 신규 브랜드 및 사업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브랜드 수 축소와 관련한 소문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철수 대상으로 소비층 확장을 목적으로 새롭게 추진한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 장수 브랜드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제일모직 ‘빈폴’, 한섬 ‘타임’ 등 여타 브랜드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온 브랜드로서 친숙함과 고부가가치 브랜드로서 호감도가 더해져 모범적인 장수 브랜드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신뢰까지 더해져 로컬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소비자가 자긍심을 갖고 구매하는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장 구조는 장수 브랜드 수가 늘어나기 보다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시장의 질적 저하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장수 브랜드에 대중의 시선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장수 브랜드들 상당수가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장수 브랜드들은 반복되는 트렌드 속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게 된다. 또한 매년 조금씩이라도 전년대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성장논리의 함정에 빠져 기업의 장기 비전과 상충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발생한다.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몇몇 브랜드의 경우 10주년, 20주년 등 시기마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레벨이 한 단계 도약해 타 경쟁 브랜드가 넘볼 수 없는 위용을 갖추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브랜드의 경우 대대적인 브랜드 로얄티 제고가 오히려 대중과 격을 두는 역효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에 대한 마케팅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소비자들이 인지해온 브랜드와 상이한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며 “이는 장수 브랜드의 경우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다는 강박증에서 오류가 시작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장수 브랜드들은 익숙함과 결별 또는 익숙한 것의 변형, 두 과제를 항시 떠안고 있다.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는 소비자들과 안정된 소통을 보장하는 반면 지루하다는 세인들의 평가를 피해갈 수 없다. 따라서 오리지널리티를 명분으로 내세운 유사한 제품의 반복 생산은 한계치가 있어 변형이라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장수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온 요소를 곳곳에 포진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가치 있는 장수와 명목상의 장수로 나뉘어지게 된다.
패션업체는 한때 장수 브랜드가 부재한 한국 시장의 구조적 상황에 개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장수 브랜드만 있는 현 시장에 깊은 패배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한다. 장수 브랜드 비중이 높은 것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부문의 투자를 망설이는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시도한 몇몇 신규 투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기존 브랜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패션 브랜드 속성상 장수라는 의미가 결코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면서 단순히 전개 연차가 많은 장수라는 개념보다는 가치의 유지 및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브랜드의 수명이 연장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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