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이 많은 동네는 ‘미용실’이 잘나간다?
- 입력 2013. 05.21. 09:08:14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최근 톱스타들의 열애설이 파파라치 사진에 의해 불거졌는데, 사생활이 노출되는 출발점은 대개 ‘청담동의 미용실’. 이에 열애설 파파라치가 도마 위에 오를 때면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용실 출입부터 조심하자”는 자체 경계령을 내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벤처기업가, 전문직 종사자, 해외 유학파 재벌 3·4세 등이 주로 모여 사는 청담동은 연예인 밀집 거주 단지이기도 하다. 실제 조영남, 강부자 등 중견 연예인을 비롯해 한채영, 채시라, 차승원 등 많은 배우가 청담동 주민이다. 이렇듯 청담동은 생활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
대표적인 리그, 미용실은 자신을 보여주는 게 일인 사람들의 생활권에서 최신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동네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렇게 청담동은 연예인들이 가는 상위 1% 미용실 로드가 구축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게 됐다. 이제 ‘강남’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고급 미용실이다. ‘고준희 헤어스타일’, ‘김남주 파마’ 등 유행을 주도하는 스타 스타일은 청담·압구정 일대 미용실에서 완성된다.
11년째 청담동을 지키고 있는 J 미용실은 매주 내부적으로 트렌드 발표와 연구를 진행한다. 이곳은 배우 손예진, 이민정 등의 뷰티 스타일링을 담당하는데 드라마 속 배우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이 유행할 때마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다. 이에 J 미용실은 인근 지역의 고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는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고객층을 두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찾는다는 미용실은 커트 한 번에 몇 만 원을 호가하지만,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높은 만족감을 얻는다. 허영심에 의해 발생한 수요는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증대한다. 대부분의 청담동 미용실은 펌 헤어스타일이 20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예약하지 않고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는 ‘베블렌 효과’의 일종으로 ‘연예인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나도 머리를 한다’는 과시지향적 소비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청담동과 다소 거리가 있는 대학로의 일부 배우들 역시 청담동을 찾고 있다는 것. 최근 혜화역 주변은 눈에 띄게 기업형 커피전문점,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이 늘어났지만, 미용실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각 대학의 예술아트센터 및 소공연장이 가득한 대학로가 또 하나의 연예인 밀집 지역임을 살필 때 기이한 현상이다. 압구정 S헤어 단골인 연극배우 박 모 씨는 “대학로에는 머리를 할 만한 곳이 없다. 연예인이 한다기에 이곳으로 온다”며 “대학로에서 일 년 가까이 살다시피 했지만, 대학로로 머리 하러 온다는 친구는 못 봤다”고 덧붙였다.
청담동에서 굳건해지고 있던 ‘연예인과 미용실의 함수 관계’가 대학로에서 엇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스템의 차이에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청담동의 고급 살롱을 갈 때 대학로의 배우는 자기 선에서 해결한다. 큰 연극이 아닌 이상 배우들에게 분장팀을 따로 두지 않는다. 또한 예산이 마련됐을 때는 뷰티숍에 가지 않고 분장팀이 극단으로 출장을 오는 방식을 취한다.
그다음은 수입 문제다. 대학로에서 잘나가는 연극배우는 회당 큰 액수를 받지만, 무급으로 일하는 배우가 대다수. 이에 자기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도 많다. 대학로에서 활동 중인 배우 김 모 씨는 “미용 도구가 있는 선배가 있으면 우르르 몰려가서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고, 공연이 있으면 단체로 염색약을 사서 염색을 한다”고 전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