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돈이 와요’ 웃음을 강요받는 감정노동자의 비애
입력 2013. 05.21. 09:08:36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현대사회가 지나치게 빠른 발전을 거듭하면서 그에 따라 정신병, 직업병 등 말 못할 고통을 안고 출근길에 오르는 현대인들의 수도 적지 않다.
특히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한 ‘스마일 마스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203개 직업에서 일하는 5667명을 상대로 감정노동 수행 정도를 설문조사해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4.70점으로 가장 높았고, 홍보 도우미·판매원이 4.60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고객에게 친절해 보이기 위해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대인 기피증, 공황장애를 겪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위험한 병이다.
강남의 뷰티 숍에서 근무하는 최모씨(26)는 “장시간의 풀코스 마사지를 받은 후 ‘지불하는 돈에 비해 대접받는 느낌이 부족하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환불을 요구할 때 가장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입소문이 무섭다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할 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깎아드리거나 몇 시간 더 서비스를 해 드려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백화점 B사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손님들의 반말과 폭언은 일상이 됐다”며 “입던 옷의 환불을 요구하거나 본사로부터 판매의 압박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땐 하루 종일 입맛도 없고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극에 치닫지만 생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정을 억누르고 웃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고통 받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돈이면 뭐든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약자가 된다는 점을 이용해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또한 감정 노동자들 대부분이 여성이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고객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자존감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백화점 신입사원 교육의 80%가 ‘참기’일 정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웃음을 강요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으로 유럽은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있고, 일본 역시 블랙컨슈머를 대상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뻔뻔한 태도에 감정노동자들의 마음은 멍들어가고 있지만 웃음은 곧 매출이기 때문에 눈물을 삼키고 웃을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도 남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고객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나라의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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