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실은 불황에 최적화된 업태?
- 입력 2013. 05.21. 18:22:38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여자들은 울적함이 극에 달할 때 쇼핑보다는 미용실을 가는 것을 선호한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패션보다 더한 드라마틱한 변신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패션브랜드들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화장품 업계 역시 불황의 터널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미용실은 이 같은 여성들의 심리적 기대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최근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13년 4월 카드승인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ㆍ슈퍼마켓을 비롯한 미용실 등 생활밀접업종의 카드승인실적이 평균 증가율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밀접업종의 카드사용실적은 편의점, 슈퍼마켓, 미용실, 제과점, 인테리어가 각각 28.0%, 9.8%, 13.3%, 17.2%, 31.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황형 소비행태로 거론되는 생활밀접업종으로서 미용실의 카드사용실적 증가를 불황에도 불구하고 줄일 수 없는 생활필수 품목에 대한 소비 증가율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불황이 부자동네로 알려진 청담, 삼성, 반포 등 부유층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하우스 푸어족을 양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활밀접업종의 카드사용실적 증가는 소비자들의 현금보유 여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유동자금 부족에 따른 심리적 불안으로 생활필수품목 소비마저도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담동의 미용실들처럼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최근 미용실에서 “할부해드릴까요”라는 응대가 자연스럽게 나올 뿐 아니라 미용실에서 서비스 팁을 주던 고객들도 이전과 달리 감소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대일, 또는 실제 고급 미용실에서는 한 명의 손님에 메인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 2~3명이 동시에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서비스 탓인 비교적 미용실에서는 카드 사용은 물론 할부를 하는 사례가 비교적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할부가 더는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부 미용실들은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비용을 할인해주는 등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논현동 일대 미용실은 불황을 깊이 체감하고 있다고 이 지역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 지역 미용실들은 소위 술집에 근무하는 서비스 직종 여성들이 눈에 띄게 감소해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 지역 미용실 대부분이 오후 늦게 오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일부 매장은 일반 고객 비중을 높이기 위해 낮 영업시간을 늘리고 있다.
따라서 미용실의 카드사용실적 추이는 불황에 따른 소비증가가 아닌 소비방식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더 소비 동향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반면, 인테리어 카드사용실적 증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지는 장기 불황에도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 있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소비는 조금씩이나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유통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편집매장이나 패션 매장에서도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패션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비전문분야 진출을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라이프스타일 전문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카드사용실적 추이 변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용실과 인테리어의 카드수용실적 증가는 전혀 다른 원인에 기인한다는 것이 패션 미용 업계의 시각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