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과 고객 두 ‘갑’에게 치일 대로 치인 홈쇼핑 입점 브랜드 ‘을’ [갑을 대격돌⑨]
입력 2013. 05.22. 11:06:38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홈쇼핑은 여타의 일반 점포에 반해 제품의 특성에 따라 판매 시간대를 선별하고 특정 타깃을 공략할 수 있는 ‘타깃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유통업체가 없으니, 회사 내에서 직접 방송을 실시하는 등 자력으로 판매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홈쇼핑의 성격상 그들과 그들의 채널에 입점한 브랜드, 그리고 입점 브랜드와 고객 간의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홈쇼핑은 하나의 커다란 플랫폼 안에 여러 개의 입점 브랜드들을 들여와 판매를 진행하고 거기서 창출한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떼는 식으로 운영된다. 쉽게 ‘텔레비전상의 백화점’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가 최고 30%가 넘는 백화점 내 수수료 때문인 것처럼 홈쇼핑에도 평균 40%에 육박하는 전혀 합리적일 수 없는 수수료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작은 업체일수록 입점 후 성공리에 판매가 된다 하더라도 수수료의 압박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홈쇼핑 ‘갑’은 애초에 반품률을 감안해 목표 실적을 잡기 때문에 반품과 관계없이 정해진 판매 수량을 달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이 ‘일주일 무료 체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환불’, ‘무이자 10개월’ 같은 관대한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반품 택배비가 무료이기까지 하니 심한 고객은 색상이나 사이즈 선택이 고민스러울 때, 여러 색상과 사이즈를 한꺼번에 구매한 뒤 사용하지 않을 나머지 색상과 사이즈의 제품들은 모두 환불하기도 한다. 또 누가 봐도 사용한 제품임에도 환불 기간이니 반품 처리를 해 달라며 억지를 부리는 ‘진상’ 고객은 물론, 고객 파손일 경우에도 백이면 백 배송 중 발생한 파손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고.
여기서 죽어나는 것은 홈쇼핑과 고객 두 ‘갑’ 사이에 끼어있는 입점 브랜드 ‘을’들. 매출만 높으면 장땡이라는 심보의 홈쇼핑 측은 방송 중 판매되는 수량만 증가한다면야 반품이 되든 말든 입점 브랜드의 재고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하다못해 반품된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이더라도 그들에게는 직접적인 손해가 없다. 따라서 입점 브랜드들은 그들의 상품이 외부적으로는 성공리에 판매됐다고 해도 돌아오는 재고 관리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몇몇 양심이 있는 홈쇼핑은 방송을 한 번 더 잡아준다거나 일정 금액 부담을 해주기도 한다지만, 이것도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홈쇼핑 측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무이자 할부, 자유로운 환불 정책, 명품이나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의 솔깃한 정보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멘트를 듣고 있으면, 무작정 주문 전화를 걸고 보는 고객들도 이해는 간다. 또 서러울 수 밖에 없는 갑과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 비해 판매율과 타깃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홈쇼핑에 입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브랜드들의 심정도 모르는 바 아니다.
따라서 홈쇼핑 측은 브랜드들이 백화점 입점 경쟁에서 돌아서듯 언제 홈쇼핑과도 멀어질지 모르니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 판매에만 집착하는 놀부 심보 보다는 공생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구매자 역시 일반 점포와 다르게 홈쇼핑이 보이지 않는 판매자라 하더라도 도덕성에 어긋나는 막무가내 환불은 자제하고 현명한 구매를 해야한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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