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필요한 것은 ‘옷’일까 ‘패션 치료’일까
입력 2013. 05.23. 09:46:08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강남의 편집숍에서 일하는 20대 김 씨의 팔목엔 늘 쇼핑백이 몇 개씩 걸려있다. 그는 퇴근 후면 습관처럼 동대문 시장을, 모처럼 쉬는 날에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서성인다. 그에게 쇼핑은 늘 현재 진행 중이다. 게다가 부서지는 머릿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꼴로 헤어스타일도 바꾼다. 하지만 클럽이나 데이트 등의 약속을 앞두면 김 씨는 친구들에게 ‘입을 옷이 없다’며 울상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옷’일까 ‘패션 치료’일까
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쇼핑 중독이나 저장 강박증, 과다 노출증 등은 단순히 패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옷장 심리학’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제2의 자아’인 옷이 담겨있는 옷장을 보면 한 사람의 현재는 물론 과거의 삶까지 보듬을 수 있다며 ‘패션 치료’를 권유한다.
만약 당신이 매일 밤 옷더미와 함께 잠들거나, 아침마다 옷을 비집고 옷장 속에서 아이템을 고르고 있다면 당신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옷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아보고 새롭게 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쇼핑 고질병 세 가지를 알고 당신을 치유해보자.
당신도 쇼퍼홀릭?
쇼퍼홀릭은 현금 서비스, 대출, 마이너스 통장까지 마련해 가며 쇼핑을 멈추지 못한다. 놀랍게도 강박적 구매 장애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인구의 약 10퍼센트나 된다. 이들이 삶에 대한 불안감, 돈이 떨어져 가는 우울함, 외모에 대한 불만족 등을 쇼핑으로 없애려 든다는 것이 문제. 그렇다면 쇼퍼홀릭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새 옷’이 아니라 ‘힐링’이다.
충동구매는 두뇌에 있는 중뇌 변연계가 자극되고, 도파민이 분비돼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이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의 “그러한 기분은 일시적이며 중독적”이라며 “충동 장애를 치료법으로 지갑 없이 쇼핑하며 구매보다는 쇼핑 그 자체를 즐길 것”을 추천한다.
저장 강박증, 언제까지 모을래?
저장 강박증에 걸린 이들은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노파심에 낡은 옷도 간직한다. 베이직 아이템이라며, 추억이 있다며, 몇 번 안 입었다는 핑계로 옷장에 한없이 넣어둔다. 심하게는 옷을 버리는 것이 자신의 일부를 떼어 내는 것처럼 불안한 기색을 비추기도 한다. 하지만 복잡해지는 옷장만큼이나 당신의 마음도 흐트러지기 마련.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옷장이라는 삶의 조그만 영역 하나를 바꾸려고 노력해보라. 그러면 다른 영역에서의 변화는 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미래에 가고 싶은 곳, 가야 할 곳에서 입을 옷만 놔두고 버리자. 한두 번 고생하면 되는 옷장 정리가 당신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르지 않는가.
언제까지 브랜드 뒤에 숨을래?
이제 ‘12개월 할부로 명품 가방을 샀다’는 이야기는 흔한 가십거리다. 무조건 명품만 쫓는 이들은 ‘호가호위’형으로 당신도 브랜드의 위세를 빌려 패션 호기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 보자. 이런 유형은 자신이 착용한 명품의 로고가 자신의 닉네임인 줄 알지만, 실제로 남는 건 볼품 없는 통장 잔고 뿐이다. 또한 타인 역시도 몸에 걸친 브랜드로 그 사람의 수준을 평가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하다.
딜레마에서 탈출하는 노하우는 지금부터라도 지나가는 여자의 명품백이 갖고 싶다면,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왜 그 여자와 같은 아이템을 사야 하는지 반문해보라. 브랜드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당신 자체로 이미 명품이다. “인정받고 싶어서 브랜드에 집착하고 있다면 방향을 바꾸어 보라. 공허한 목표는 버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인생을 창조하는 데 사용하라”는 제니퍼 바움가르트너의 힐링 테라피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 영화 ‘쇼퍼홀릭’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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