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런코 올스타’ 우승자 디자이너 황재근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죠!” [인터뷰]
- 입력 2013. 05.24. 21:21:33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이번 올스타 시즌에는 꼭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정하고 나간 거에요. 왜냐하면 나의 모든 스케줄을 정리하고 나가는 거니까. 서울 패션위크 기간이랑 프로그램 진행 기간이랑 겹쳤는데, 프로그램을 선택했죠. 우승했으니 절대 후회는 없어요”여성스러운 말투에 섬세한 손동작, 위트 넘치는 그는 온스타일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이하 프런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디자이너 황재근이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초 시즌 5를 ‘올스타전’ 형식으로 새롭게 선보여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1명의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올스타’(이하 프런코 올스타)의 우승을 차지한 황재근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시즌3와는 달리 매주 새로운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꼭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시즌3와 프런코 올스타에 출연했을 때 내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었을까.
“사실 처음 출연했을 때는 내가 만들고 싶었던 옷들을 한 번에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프런코 올스타 때는 달랐어요. 미션을 하나씩 수행할 때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우승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꼭 우승해야겠다’가 아니라 계속 주어지는 미션마다 온 힘을 쏟아야 최종 우승으로 갈 수 있다고 나를 다독인 거에요”
황재근은 남성복 브랜드 제쿤옴므(ZE QUUN homme)를 운영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실제 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복이라고 말했다. 프런코에 또 한 번 도전하면서 여성복을 본격적으로 런칭해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제 브랜드에 여성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라벨로 여성복 몇 벌을 만들어 본 적 있어요. 어쩌다 한두 개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론칭하고 싶어졌다는 거죠. 남성복으로 시작한 이유는 내가 입어볼 수 있어서 에요. 여성복 같은 경우는 내가 생각한 데로 만들게 되는데 내가 입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쇼에서나 볼 법한 옷으로 과장되게 나올 것 같아 걱정되더라고요. 근데 내가 이제는 그런 부분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성복을 시도해보는 거에요”
그의 옷은 종종 ‘과하다’라는 평가를 듣곤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시청자들마저 ‘과하다’라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황재근하면 왜 ‘과한 디자이너’라고 떠올리게 되는 걸까.
“나는 옷을 만들 때 내가 잡은 콘셉트나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를 토탈룩으로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생각은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에서 공부할 때 몸에 자연스럽게 벤 거에요. 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려면 최대한 갖춰서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나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본성인데 심사위원들은 종종 과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황재근은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루 프린트 2013’에 참가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남성복 브랜드 샘플을 판매했는데 거의 완판됐다며 아주 기뻐했다.
“프런코 끝나고 스케줄이 많았지만 무리해서 싱가포르로 갔어요. 근데 매우 좋았어요. 완판 한 것은 둘째 치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거든요. 내 성격상 내가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은 개성이 강하고 하이엔드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해외활동 위주로 가려고요. 국내에 사무실은 있지만 옷을 선보이는 기회는 해외가 먼저일 거예요”
황재근은 요즘 사람들이 옷 입는 스타일을 자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어떻게 입는지 봐야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좋아하는 옷만 만들면 자신의 옷은 마치 취미처럼 돼버리기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옷이란 어떤 걸까.
“스무 장의 티셔츠가 걸려있더라도 ‘이거 황재근 옷이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그런 옷을 꼭 만들고 싶고요. 똑같은 아이템이더라도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의 오리지널리티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생명력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오늘의 스케쥴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더니 보충수업을 하러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려주기 위해 눈높이 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제가 벨기에에서 배운 것이 그런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패션 전공하는 친구들을 똑같이 재단해 버리는 교육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저라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요”
그의 캐릭터는 과연 독보적이었다. 특별한 학교 출신에 독특한 캐릭터, 거기에 겸임 교수까지. 본인이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반문하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스러운 말투 속에서도 거침없는 화법이 인터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번 방송과 방송서 보여준 그의 옷 뿐만 아니라 다소 여과되지 않은 대화 속에서도 그의 패션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여성복으로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시킨 그가 앞으로는 어떤 또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하게 보여주게 될지 기대해본다.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온스타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