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킨케어 제품 몇 개나 바르나요?[화장품의 진실 ④]
- 입력 2013. 05.27. 16:05:31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아침에는 6종 이상, 밤에는 12종 이상의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결과가 있었다. 또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영양크림은 필수로 사용하며, 앰풀, 트리트먼트, 마사지 제품에 기능성 제품을 추가로 3~4개씩 사용하는 여성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과연 피부는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할까? 브랜드 관계자를 제외한 뷰티 업계 사람들의 대답은 ‘No’다. 화장품 경찰관이라 불리는 폴라 비가운이 내한했을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관심도와 수요가 굉장히 높았던 것. 그리고 세계를 돌며 볼 수 없었던 화장품 종류와 세트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에 놀라움을 표현하며 그녀는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를 제외한 수많은 종류의 기초 스킨케어 제품을 파격적으로 ‘모이스처라이저’ 하나의 종류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또 가장 최소화한 스킨케어 4단계 '스킨-에센스-로션-크림'은 커녕 모이스처라이저는 중복해서 사용할 필요없이 한 가지만 사용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 굳이 기준을 찾자면 그들 사이에 점성과 탄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킨은 물처럼 묽은 제형, 로션은 그보다 점성이 강한 것, 그것이 더욱 진해지면 크림이 되는 식이다. 비슷한 성분의 여러 가지 제품을 제형만 달리해 덧바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모공을 막아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고, 과한 영양분은 타고난 피부 루틴을 방해해 자연스러운 재생력, 유수분 유지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형을 찾아 한 가지만 발라도 충분하다는 것.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한다면 차라리 아침에는 메이크업이 피부와 밀착이 잘 되도록 가벼운 제형을, 저녁에는 좀 더 리치한 제형을 선택하거나 계절에 따라 점성을 달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불문율과 같던 4단계가 필요치 않다는 의견과는 대조적으로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4단계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스킨의 또 다른 이름인 토너, 부스터, 스킨 대용 미스트, 클래리파잉 로션 등 더욱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이를 한 라인으로 묶어 13종, 15종으로 구성해 세트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같은 라인의 세트는 동일 컨셉트로 비슷한 성분을 넣었을 확률이 높으므로 더욱 10여종씩 겹쳐 바를 필요가 없다. 정확한 성분을 따져보기 전에는 화장품 판매원의 “한 라인을 함께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심지어 스킨케어 단계 중 가장 높은 비용을 투자하는 아이크림조차 한 종류로 봐도 무관하다. 눈가는 다른 곳에 비해 피부가 얇고 피지선이 적어 쉽게 손상되거나 건조해져 주름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얼굴의 다른 부위와 똑같은 피부이기 때문에 적은 용량에 고비용을 치르며 굳이 특정 제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피부와 같은 제품을 사용했을 때 당긴다는 느낌이 있으면 수분과 유분이 더욱 풍부하거나 점성이 높은 로션, 에센스,크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바르면 된다.
화장품 사용 개수를 줄이는 화장품 다이어트에 대한 체험 기사를 썼던 뷰티 에디터는 “갖춰서 사용할 때와 전혀 차이를 못 느꼈다. 오히려 피부가 가벼워지고 트러블이 적어져서 체험 기사가 끝난 지금도 스킨 1개에 로션과 에센스 중 1개를 택해서 2가지만 바른다”고 말했다. 다른 뷰티 에디터 또한 “화장품 선물을 많이 받다보니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면서 가격이나 홍보 문구, 사용 단계에 대한 화장품 상식이 모두 깨졌다. 스킨케어는 무조건 가볍고 촉촉한 걸로 한 가지만 사용한다. 화장품 습관을 바꾸고 피부 나이가 훨씬 어려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직도 기사에는 무수히 많은 화장품이 필요하다고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화장품 관련 직종 사람들의 주장 외에도 과도한 스킨케어 단계를 불신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들이 있다. 유명한 화장품 L브랜드에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아예 출시하지 않은 제품을 국내에서는 ‘로션’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도 했고, 심지어 미국에서 로션으로 판매하던 제품을 성분은 물론 패키지까지 같은 모양으로 국내에서는 ‘에센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적이 있다. 또 한 프랑스 브랜드는 프랑스 브로슈어에는 스킨 다음에 로션, 크림 중 택1 해 바르라고 명시하면서 우리나라의 브로슈어에서는 프로세스를 6단계로 모두 바르라고 권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과 영양제도 과하면 체하고 부작용이 따른다. 건강보다 가시적인 부작용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을 뿐 화장품 또한 마찬가지다. 화장대 위에 늘어진 수많은 제품 중 가장 촉촉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던 제품 1~2가지만 선택해 한 달 정도 사용해볼 것. 그것도 불안하다면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말을 떠올려라.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작용을 겪으며 노화해버린 피부를 좀 더 가볍게 하는 것이, 오히려 과식한 피부의 안티에이징이 될 수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 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