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굵은 그의 이름은 ‘톱모델’
- 입력 2013. 05.27. 21:48:01
-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툭 튀어나온 광대뼈에 달걀을 빗나간 얼굴형, 새침하게 다문 작은 입, 그리고 보통 사람보다 조금 올라간 눈높이는 롱런하는 키 작은 톱모델들의 공통점이다.
‘바비인형’을 연상케 하는 비현실적인 팔다리에 조각으로 빚은 듯한 완벽한 얼굴의 모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자그마한 키에 어눌한 걸음걸이, 볼수록 매력 있는 친근한 모델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 시대에 따라 모델에 대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지듯, 모델에게 신체조건이 더는 장벽이 되지 않는 추세다.지난 3월 서울을 달군 패션위크에서는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출신의 160cm대 모델 송해나, 고소현이 런웨이를 누볐다. 특히 이들은 ‘스티브J & 요니P’ 컬렉션에서 짙은 메이크업에 창백한 표정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80년대 케이트 모스, 90년대 데본 아오키, 2000년대 장윤주까지 작은 키로 톱모델로 부상한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안티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
케이트 모스는 1989년 영국의 잡지 ‘The Face’의 흑백사진에 출현하면서 데뷔했다. 그 당시 대부분 모델들이 큰 키와 풍만한 체형이었기에 그는 ‘안티 슈퍼모델’로 주목받았다. 이후 1993년 캘빈 클라인의 향수 ‘Obsession’의 광고 모델로 뭇 남성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다. 나체로 소파에 털썩 엎드린 19살 소녀는 애타는 눈길로 카메라를 지긋이 바라본 것.
그후 케이트 모스는 167cm가 갓 넘는 키, 도드라진 광대뼈, 안짱다리로 모델로서 불리한 조건에도 한 번도 최고의 모델 자리를 놓친 적 없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심지어 헤로인을 비롯한 각종 마약중독과 스캔들 등 말이 많은 사생활을 질타하는 대중들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현재까지도 많은 브랜드의 패션 화보 주인공으로 관록 있는 포스를 뽐낸다.
유명 포토그래퍼들이 그와의 작업에 흥분을 느낀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콘셉트, 브랜드 이미지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모델 케이트 모스는 ‘현대판 모나리자’라고 불리고 있다.
‘어글리 뷰티’ 데본 아오키
못생긴 건지 예쁜 건지 헷갈리는 모델 데본 아오키는 얄밉게 올라간 눈매, 덕지덕지 붙은 주근깨, 큰 광대뼈가 돋보이는 혼혈인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동양적인 마스크와 서양인의 풍만한 체격을 가진 축복받은 몸매의 소유자.
사실 데본 아오키는 이전까지의 톱모델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이목구비와 168cm의 키는 확실히 그를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둥근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동양의 카리스마는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표정 변화 없이 늘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몽환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는 데, 그런 그는 샤넬이 총애하는 모델 중 한 명이다. 2009년 영화 ‘뮤턴트: 다크에이지’ 출연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결혼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못난이’ 장윤주
쭉 찢어진 외꺼풀, 튀어나온 광대, 도톰한 입술. 1997년 모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장윤주의 별명은 ‘못난이’였다. 당시 서구적인 얼굴의 모델 이소라의 인기가 한창일 적 그는 참신했다.
보란듯이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성형수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두의 놀림거리였던 마스크와 장애물이라 여겼던 작은 키를 이제 대중은 장윤주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라 여긴다.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의 수장 장윤주는 지난 방송에서 키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는 모델 꿈나무에게 이렇게 충고한 바 있다. “키가 크면 좋겠지만 필수 조건은 아니다. 그만큼 자신만의 개성을 발전시키고 더 노력하면 얼마든지 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고.
이제 대중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작은 몸으로, 배짱으로 똘똘 뭉쳐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작은 모델’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키’라는 가장 큰 장벽을 넘기 위해 워킹, 포즈, 표정 등 자신만의 개성을 개발하는 모델이 있는 한, 작은 모델의 생명력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뉴시스, 영화 ‘씬 시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