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매? 패션치매 증후군은 더 심각!
입력 2013. 05.29. 11:37:34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전세계가 거대소비공화국으로 통합되면서 소비문화를 둘러싼 치매 증후군이 강력한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노년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치매가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젊은 층까지 기억력을 퇴화시키는 디지털치매의 심각성이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패션치매 역시 현대 소비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겪는 불치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tvN '화성인바이러스'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 쇼핑중독자들이 방송에 나와 하나같이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그들의 집은 옷 무덤이라고 할 만큼 옷더미로 채워져 있고 자신들은 어디에 뭐가 있는지 기억한다고 하지만 옷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놀라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한 여성은 “옷을 사려고 하면 제 친구가 ‘너 그거 있잖아’라며 제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번은 옷을 사자마자 기분 좋게 입고 옷장에 넣어두려고 하니까 비슷한데 브랜드만 다른 옷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었죠”라며 “그럴 때는 참 난감합니다. 일단 입었으니 양심상 반품도 못 하겠고 그냥 걸어두고 볼 때마다 어리석은 제 무 개념 소비만 탓하죠”라며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쇼핑습관을 타박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쇼핑에 열광하는 여성이라면 흔하게 경험한다. 더욱이 최근 저가 SPA 브랜드들이 넘쳐나면서 옷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탓인지 인스턴트화된 패션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여성들의 패션치매 현상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 30 여성은 “며칠 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옷장을 정리하는데 비슷한 것도 아니고 브랜드까지 똑같은 옷이 몇 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옷을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에요”라며 구매함과 동시에 그 옷은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쇼퍼홀릭들을 겨냥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옷장 관리 앱까지 등장했지만, 이들은 이 앱을 관리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한 패션 관계자는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 현상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트렌드라는 말로 시즌마다 다른 디자인을 제시한다고는 하지만 2~3년 주기가 돌다 보면 결국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디자이너들은 항상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한계가 있다”면서 패션치매가 단지 소비자들의 쇼핑습관에만 이유를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쇼퍼홀릭들은 패션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애정을 보이는 '패션 집착증'과 현재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써 소비하는 '소비 강박증'으로 두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전자는 유사한 상품을 구매하면서도 그 옷에 의미를 부여하고 옷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반면 소비 강박증은 동일한 상품을 반복 구매할 확률이 높다. 제품에 애착이 없고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일단 구매한 상품은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는 확률이 높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소비하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동일할 수 없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온 한 여성은 자신이 버는 돈을 모두 옷을 사는데 쓴다고 했다. 패션치매 현상의 문제점은 자신의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소비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신의 옷장을 들여다보고 어떤 옷들이 있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기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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