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C 오트 쿠튀르, ‘커스터마이징’ 패션
- 입력 2013. 06.03. 10:27:06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19세기 말~20세기 초, 기술의 발전과 산업 혁명은 패션계에도 대량 생산과 기성복의 발전을 가져왔다. 또 이 시기 즈음 모든 상품들이 대량 생산화되면서 백화점이 새로운 유통의 장소로 등장했고, 이를 계기로 패션은 특권 계층의 전유물에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기성복 브랜드의 인기를 시작으로 오트 쿠튀르가 기성화된 프레타 포르테 등 명품의 대중화, 패스트 패션 SPA 브랜드까지 20세기를 지나며 패션계는 거침없이 변화해왔다. 재미있는 점은 ‘빠르고’, ‘많이’를 외치는 SPA 브랜드의 출현 이후 패션 산업의 흐름이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옷을 지어입고 살롱에서 맞춰 입던 시대와 같이 대량보다는 소량, 생산보다는 맞춤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초기에 매스 클루시버티(Mass Clusivity)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의 형태로 등장했다. 매스 클루시버티는 대중을 의미하는 ‘Mass'와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이라는 뜻의 'Exclusivity'를 합친 말이며,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또한 대중과 맞춤을 합친 단어다. 모순되는 듯한 이 두 단어들의 결합에는 명품마저 대중화되자 자신만의 특별한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담겨있다. 단순히 고급스러움이 아닌 자기 표현의 욕구가 중요시 되는 것 또한 특징이다.
1995년 리바이스에서 도입한 고객이 매장에서 디자인을 선택하고 치수를 재서 공장에 보내면 맞춤형 진을 배달하는 ‘퍼스널 페어 진’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리바이스의 이 시스템이 주목받은 후로 토미 힐피거, 랄프 로렌, 나이키 등 많은 브랜드들이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는 온라인에서 컬러와 사이즈를 디테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와이셔츠를 판매하기도 했다.
매스 클루시버티의 대표적인 예로는 고야드를 들 수 있다. 고야드는 이니셜, 스트라이프, 하트, 별 모양 등 원하는 문양을 100% 수공 페인팅 작업으로 가방에 새겨주는 ‘마카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프랑스 귀족들이 여행을 할 때 가방에 가문의 상징이나 문양을 새겨넣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2010년에는 파리 본사에서 프랑스 장인이 내한해 직접 1:1 상담을 통해 문양을 제작해주는 행사도 진행됐는데, 가격이 60~200만원대에 4~8주의 시간이 소요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특별한 서비스를 위해 고객들의 예약이 줄줄이 이어졌다.
루이비통도 스페셜 오더 서비스의 하나로 ‘몽 모노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처 백인 모노그램 스피디와 모노그램 키폴을 구매하면 그 위에 4가지 스트라이프, 17가지 컬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스트라이프와 이니셜을 페인팅해주는 것. 이 서비스는 직접 페인팅한 가죽으로 공정에 들어가 약 40~60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고객은 이 서비스의 슬로건인 ‘당신을 위한 스페셜, 단 하나뿐인 루이비통’이라는 말에 이끌려 만만치 않은 추가 비용에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량 맞춤, 나만의 명품에서 트렌드는 또 한 차례 진화해 이제는 1:1 맞춤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대중적 브랜드들이 좀 더 고객에게 1:1로 맞출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내고 있으며, 심지어 옛 살롱을 연상시키는 맞춤 의상실도 서울 패션 메카인 청담동, 동대문을 중심으로 하나 둘 오픈하고 있다. 패션이 의식주 중 하나가 아닌 사치와 상징이 됐듯, 이제 패션은 사치가 아닌 '개성'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재미있는 예들을 살펴보자.
일본 하라주쿠에 있는 속옷 브랜드 전문점 보디 와일드 언더 웨이브에서는 맞춤 제작 팬티를 판매하고 있다. 각각 100종류의 팬티, 허리 고무, 주머니를 선택해 즉석에서 봉제해주는 시스템으로, 100x100x100의 조합이 가능해 백만분의 일로 자신만의 속옷을 만들 수 있다. 또 온라인 주얼리 쇼핑몰 IQVC는 고객의 눈동자, 피부, 모발 컬러와 선호하는 컬러, 원하는 니즈 등의 프로파일을 파악해 딱 맞는 제품을 제안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1:1',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패션계에 3D 설비까지 등장했다. 수영복 브랜드 로리 콜터(Lori Coulter)는 신체 스캐너를 통해 신체 치수를 재고 신체 타입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골라 비주얼화 해보는 과정을 통해 맞춤 수영복을 판매하고 있다. 3D 신체 스캐너는 패션계에서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만큼 국내에서도 I-Fashion 의류기술센터를 설립해 고객의 3D 유비쿼터스 아바타 생성, 가상 착용 시스템, 가상 피팅 시스템을 연구중이다.
예전에는 지면과 TV 속 패션 엘리트, 부유층의 모습을 통해 패션을 배우고 따라하거나 비싼 아이템을 사면 스타일리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패션을 동등하게 열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요즘 그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이제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 나를 표현하는 감성이 깃든 '커스터마이징' 패션이 오트 쿠튀르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옛 가문의 문장이 회귀하기도, 3D 신체 스캐너와 같은 미래 지향적 기술이 도입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앞으로 이러한 감성적인 코드를 패션계가 어떻게 다양하게 풀어낼지, 또 새로운 매체의 발견이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