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식스 쇼핑족 “시간이 없으면 만들면 돼!”
입력 2013. 06.03. 10:34:5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불황은 일자리가 없는 자에게는 돈 없는 처절함을, 일자리가 있는 자에게는 일분일초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여신금융협회는 생필품이나 미용실 등 필수 소비재 및 관련 활동에 대한 소비의 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는 불황형 소비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없는 살림에 하나라도 줄이자는 심리만큼이나 없는 시간 만들어서라도 쇼핑하자는 심리 또한 불황형 소비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인 10역 이상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근 후 쇼핑하는 ‘애프터식스 쇼핑족’이 늘고 있다. 퇴근시간인 6시 이후부터 쇼핑을 시작하는 애프터식스 쇼핑족은 회사 근처에 있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며 늦은 시간까지 여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밤 쇼핑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백화점의 영업종료시간은 8시로, 예전에 비해 30분 늘어난 시간이 유지되고 있으며, 주말에는 8시 30분까지 연장해 주말 늦은 쇼핑객들에게 다소나마 여유를 주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6시를 넘어가면서 식품관이 세일을 시작해 저녁시간에 옷과 함께 식품까지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효율적 쇼핑경로로 인식되고 있다.
주말에도 애프터식스 쇼핑이 이어진다. 일요일 오후 백화점 영업종료 시간을 한 시간 남짓 남긴 시점에서 서둘러 쇼핑하고 있는 한 30대 후반 여성은 “가정과 회사 일을 병행하다 보니 최소한의 필요한 옷조차도 살 시간이 없어요. 주중에는 일하기 바쁘고 주말에는 주중에 하지 못한 집안일 하다 보면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가죠. 쇼핑은 거의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임신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저녁에 시간을 내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한가롭고 좋네요”라며 저녁 쇼핑의 남다른 재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쇼핑몰은 동대문이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9시 30분까지 영업을 하가나 10시를 넘기는 시간대까지 영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저녁 쇼핑객들의 증가에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저녁 쇼핑은 중국에서는 일상화돼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백화점은 11시까지 영업을 하는 등 퇴근 후 쇼핑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녁 쇼핑은 충분히 여유를 갖고 물건을 고를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피팅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상대적으로 고객이 끊기는 시간대여서 매장직원들도 여유 있게 응대할 수 있어 고객이나 직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고 있다.
한 쇼핑객은 “처음 저녁시간에 쇼핑할 때는 마음이 다급했다. 그래서인지 구매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반품하러 저녁에 나와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몇 번하고 나니 오히려 구매하러 가기 전에 잘 생각해서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저녁쇼핑으로 인해 오히려 계획적인 쇼핑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시간, 쇼핑의 절실함 등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저녁 쇼핑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매장직원은 “처음에는 늦은 저녁 시간에 내점 하는 고객이 낯설었는데 최근에는 일부러 혼잡한 오후를 피해 늦은 시간에 매장을 찾는 고객이 꽤 있습니다. 마감시간대가 다가오면 고객이나 저나 마음이 다급해지기는 하지만 고객들이 줄을 서서 결제 순서를 기다리는 것보다 저녁시간이 오히려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식품관 매장은 종종 영업종료시간 후 세일이 있는 곳도 있다. 영업시간에 다 팔리지 않은 물건을 출입구 한편에 쌓아놓고 초저가에 판매하기도 하는 등 6시 이후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일정이 촘촘하게 돌아간다.
저녁은 솔로들에게는 솔로들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기혼자들에게는 장도 보고 쇼핑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율적인 쇼핑시간이 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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