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원미경, 아름다움의 기준을 새로 쓰다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29)]
- 입력 2013. 06.03. 13:27:52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학처럼 목이 긴 여자, 눈이 커서 슬픈 사슴이여’
1980년 3월에 발간된 대중주간지 ‘선데이 서울’은 이미숙, 이보희와 함께 신(新) 여배우 트로이카를 장식했던 원미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들으면 다소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당시 원미경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배우였다.그는 1978년 미스 롯데 선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그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배우 이미숙은 2011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내가 1등을 할 줄 알았는데 원미경이 1등을 했다. 이후 이덕화와 촬영에 돌입한 원미경을 보고 꼭 성공하기로 다짐했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원미경의 외모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미숙도 질투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톡 튀어나온 이마와 큰 눈은 지금 한창 활동 중인 배우 이민정을 연상시키며, 도톰한 입술은 할리우드 고전 여배우 소피아 로렌을 닮았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첫 번째 대표작은 김기 감독의 1979년 작 ‘청춘의 덫’이다. 스무 살의 나이로 진정성 있는 멜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제18회 대종상’ 신인상과 ‘한국영화 기자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색깔 있는 여자’(1980), ‘F학점의 천재들’(1981), ‘심장이 뛰네’(1983) 등의 영화에서 활약했지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원미경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변강쇠’(1986)의 ‘옹녀’다. 그는 당당함과 청순함 사이를 오가는 섹시한 매력으로 대한민국 영화계를 유혹했다.
그랬던 원미경이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섹시’를 버리고 ‘정 많은 주부’를 연기하기 시작한다. 스크린 속 섹시스타였던 그가 ‘안방 TV스타’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것. 과거 뭇 남성들을 유혹했던 큰 눈 속에는 정 많고 인간미 넘치는 평범한 주부의 인자함으로 가득했다.
특히 2000년에 방송된 MBC 드라마 ‘아줌마’는 원미경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대한민국에 ‘아줌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원미경은 2002년 MBC ‘고백’을 끝으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지만 ‘80년대 섹시스타’ 또는 ‘3대 여배우 트로이카’하면 여전히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그는 청순한 여대생부터 도발적인 요부, 억척스러운 아줌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은 잃지 않았다. 50대가 된 그가 다시 TV에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원미경은 그 누구보다 컴백이 기대되는 배우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사진작가 김상근 제공, 영화 ‘청춘의 덫’, ‘F학점의 천재들’, ‘변강쇠’ 스틸컷, MBC 드라마 ‘아줌마’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