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 인디 열풍 “인디가 뭔데?”[패션 뒷담화④]
입력 2013. 06.04. 16:22:57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인디 브랜드, 인디 디자이너, 인디 브랜드 페어. 소모적인 단어 앞에 ‘인디’라는 수식어가 붙자마자 순식간에 개념 있는 소비활동으로 의미가 급선회한다. 그런데 이들이 인디의 의미에 충실하며 진정성 있는 소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문화계에서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문화활동의 한 영역으로 진정성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인디문화’가 패션계에서 극히 상업적인 형태로 왜곡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인디’가 소비의 중심인 패션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문화적 감성으로서 순수성은 퇴색되고 제도권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치열함으로 상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토크쇼에서 진행자 조영남이 독립영화가 뭐냐고 묻자 게스트로 나온 배우 조재현이 진지하게 “독립영화는 저 예산 영화다. 말 그대로 적은 예산으로 독립적인 영화를 찍는 것으로, 제도권 제작사에서 다루지 않는 다양한 주제에 접근한다. 대규모 자금과 시스템이 투입되는 영화는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중이 원하는 소재를 다뤄야 하지만 독립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독립영화가 필요한 거다. 독립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제도권 영화에 영향을 주고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며 독립영화 즉 인디문화의 필요성과 파급력에 대해 설명했다.
인디문화는 이처럼 철저하게 독립적인, 즉 기존 제도권에서 다룰 수 없는 것들을 자유분방하게 접근하고 표현함으로써 생명력을 갖는다.
그러나 오히려 패션가는 인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수가 증가하면서 시장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패션계 전문가는 백화점이 디자이너라는 명분을 앞세운 브랜드를 간이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하는 데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혀 유니크하지 않은 디자인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결국 패션 소비에 요구되는 최소한 가치마저 고려치 않는 행위이며 이를 이용하는 유통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패션은 인디펜던스가 인디로 상징화되고 있는 심연의 의미에 주목하지 않은 채 단지 독립이라는 사전적 의미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패션가의 인디열풍이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만 머물러 있었을 때는 상황이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인디와 본질적으로 전혀 합치될 수 없는 브랜드가 더해진 인디 브랜드는 제도권으로 흡수되고 싶은 디자이너이나 장사치들의 자기 과시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다.
실제 인디 디자이너나 인디 브랜드로 구분되는 다수가 백화점이나 그럴듯한 독립매장을 목표로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로수길은 과거 본질적인 인디 개념에 충실한 패션거리였다. 소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 여성복 매장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메인 도로를 자리 잡고 남성 맞춤 정장이나 셔츠만을 제작하는 작은 오더메이드 숍이 골목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인디 즉 소량 오더메이드 매장이나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충실한 디자이너 매장은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는 소매시장이나 온라인쇼핑몰과 겸업하는 오프라인 매장 등 대중적 기호에 충실한 매장들이 상당한 운영자금이 요구되는 가로수길에서 인디 브랜드라는 용어로 대기업 브랜드와 자신들을 구별 짓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과도한 인디열풍에 대해 패션계에서 오너 디자이너들이 넘쳐나는데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라고 설명한다. '자본의 있고 없음'으로 인디라는 말을 무분별하게 붙이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본과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인디 디자이너이고 인디 브랜드라는 것이다.
인디 브랜드 페어 역시 단지 제도권에서 흡수되지 못하거나 여력이 되지 않는 브랜드들에게 유통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인디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의 독립적인 사고와 자유분방함을 갖췄다고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나 브랜드들에게 영화나 음악 분야만큼의 엄청난 문제의식과 독립적인 사고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 대중이 열광하는 코드와는 다른 각도로 패션에 접근하려는 디자이너들의 시각이 인디의 본질에 더 충실한 것 아닐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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