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버려지는 염색약과 퍼머약품 괜찮을까? [환경의 날 특집①]
- 입력 2013. 06.04. 17:24:39
-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염색약과 퍼머 약품은 기분전환을 위해 또는 미용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 약품 중 하나다. 최근에는 미용실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쉽게 염색을 하거나 퍼머를 할 수 있는 제품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약품에는 일반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돼 있다. 청담동, 논현동, 홍대앞 등 미용실이 모여있는 지역은 거리매장의 상당수가 미용실이 차지해 미용특구라고 불릴 만큼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따라서 실제 외형을 떠나 외부로 보이는 숫자만큼 해당 지역은 환경오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미용실의 오염물질 과다 사용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들린다.
퍼머 약품에는 일반적으로 글리세릴모노티오글리콜레이트, 시스테아민염산염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어 알레르기와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퍼머 약품에는 천식,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하고 있어 FDA 등은 이러한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염색 약품은 페닐렌디아민을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화학물질은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시력저하, 심지어는 혼수상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2009년 중국에서는 조사된 표본의 모든 염색약 제품에서 암과 기형을 유발하는 페닐렌디아민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으며, 2011년 영국에서 한 17세 소녀는 염색 도중 페닐렌디아민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페닐렌디아민은 검은색을 내기 위한 염색약에 필요해 첨가해야 하는 성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염모제 표준제조기준에 따라 그 함량은 농도 상한을 3%로 규정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제품 역시 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퍼머 약품과 염색 약품을 폐기할 때는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미용실이나 가정에서는 쓰고 남은 약품을 처리할 때 하수구로 흘려보내거나 검은 봉지에 한데 묶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 공중위생법과 시행규칙을 보면 포름알데히드의 오염 수치만이 적시돼 있다. 또한 제품 설명서에도 사용 후 처리방법이 기재돼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최근 친환경과 저자극을 광고하는 염색약과 퍼머 제품이 출시되지만, 많은 제품은 여전히 페닐렌디아민 외에도 기타 화학성분에 자유롭지 못하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시중의 염색약 중 절반가량이 기준 수치 이하이기는 하지만 페닐렌디아민 성분과 함께 각종 화학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닐렌디아민을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은 인체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물질을 함유한 제품을 소량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폐기하는 것은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일까.
매년 6월 5일은 UN에서 지정한 환경의 날이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약품과 환경에 대해 생산자, 소비자, 관리자로서 한 번쯤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