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많은 화장품 케이스는 모두 어디로 갔나? [환경의 날 특집②]
- 입력 2013. 06.04. 20:31:37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화장품은 옷과 다르다. 매일 입고 빨래해서 또 입을 수 있는 옷과 달리 화장품은 내용물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항상 케이스가 남게 된다.
물론 유통기한도 있어 일정 시기가 지나면 상한 음식물을 버리듯이 화장품 내용물이 남아도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유독 화장품업계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려 노력하고 있다.
새 제품,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브랜드에서 환경보호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다 쓴 공병을 매장에 일정 개수 대로 모아서 가져오면 새로운 상품을 주는 이벤트다. 기업입장는 친환경 윤리 경영을 부각시키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물론 브랜드 충성심이 높은 고객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혜택이라는 단점도 있다.
맥에서는 제품 종류에 상관없이 케이스 6개를 모으면 1개의 립스틱을 주는 백투맥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키엘과 더바디샵은 ‘공병 적립카드’ 제도를 도입해 각 공병당, 스탬프를 모아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는 공병을 매장에 반납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렇게 브랜드에서 모은 공병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화장품 공병은 플라스틱, 유리병이 대부분으로 재활용시 유리원료나 건축자제, 스포츠 의류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과거, 방판 특약점에서 수거된 설화수 공병 1만여개를 기증해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례가 있다. 이 공병들이 모여 남이섬 선착장의 등대를 비롯, 어린이 놀이터, 만화경, 피라미드 등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3년 동안에는 매장에서 7만4000명의 고객이 참여해 약 100t.의 공병이 모여 재활용되어 쓰였다.
최근에는 패션기업과 여러 뷰티브랜드가 힘을 합쳐 리사이클 전시를 선보인 적도 있다. 화장품 용기가 꽃병이 되고, 조명등으로 재탄생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래도 다쓴 화장품은 쓰레기
브랜드에서 다각도로 화장품 공병 재활용과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쓴 화장품은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싸고 트렌디한 스타일에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려지는 패션계의 SPA브랜드 같은 존재가 뷰티업계에서도 존재한다. 바로 브랜드 숍이다. 브랜드숍 화장품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살 수 있고 저렴한 탓에 트렌디한 아이템을 제일 먼저 시도해볼 수 있어 소비가 많다.
문제는 이럴 경우 발생되는 제품의 용기 역시 많다는 것이다. 또한 화장품은 옷과 달리 샘플 화장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씩 미리 써볼 수 있는 1회용 화장품에 대한 쓰레기 발생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친환경 마케팅을 하지만, 높은 매출을 위해서 브랜드 측은 샘플 증정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샘플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화장솜, 면봉, 클렌징티슈 등 부수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1회용품도 많다. 이런 탓에 그나마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샴푸의 경우 리필 제품이 대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여름용 화장품인 투윈케익의 경우에도 화장품 케이스를 부주의로 파손시키지 않는 한 3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 10개의 정품을 사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리필화장품은 정품에 비해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었다.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요즘은 뜸한 추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스가 있어야 양이 더 많아 보이고 좋은 품질을 얻는 다는 기분이 든다. 향이나 테스터 제품으로 미리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장품 자체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템인 만큼, 패키지 디자인에도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케이스, 용기, 상자, 쇼핑백, 전단지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화장품을 사면 당장 버려야할 것이 생긴다. 쇼핑백, 화장품이 담겨있는 상자, 그 안에 사용설명서, 샘플이나 각종 이벤트 전단지까지.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열기까지 몇오안에 나오는 쓰레기 배출양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 용기 마저도 다 사용하면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다.
브랜드에서 진정한 친환경 마케팅 정책을 펴기 위해선, 친환경 이벤트들이 아닌 제품의 용기와 폐기에 대한 고려까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해보인다.
또한 아름다움도 좋지만 계속해서 화장품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버려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어 진정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