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그녀들을 `강남녀` 도플갱어로 만들었나
- 입력 2013. 06.05. 10:10:55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볼록한 이마, 동그란 눈, 뾰족한 코, 날렵한 턱선, 도톰한 입술. 미인의 조건을 나타내던 이 조합이 최근에는 일명 ‘강남녀’라 불리며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남 거리를 걸으면 10명 중 3명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비슷한 얼굴의 성형 미인이라는 것이다.비슷하게 성형한 연예인 사진들이 간간이 올라오던 것이, 한 웹툰에서 마치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여자들이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이슈의 도화점이 됐다. 비슷한 컨셉트로 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자신의 여자친구와 착각하는 화, 얼굴 인식으로 잠금 설정 해놓은 핸드폰이 비슷하게 성형한 친구 얼굴로도 잠금 해제되는 화 등 재미있는 소재가 연달아 나오며 그 분위기가 점점 고조됐다.
이 만화가 큰 관심을 모은데는 사회적 맹점을 집어낸 날카로운 시각도 있지만 요즘 성형 트렌드를 정확하게 그려낸 탁월한 안목이 더욱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성형의 어떤 요인들이 이런 강남녀를 생산하는 것인지 부위별로 분석해봤다.
먼저 눈부터 살펴보자. 눈썹의 위치, 눈 모양 등을 고려하지 않은 큰 쌍꺼풀과 앞트임, 뒤트임, 밑트임은 필수다. 예를 들면 눈썹이 처져 있다면 이마, 눈썹 거상술과 쌍꺼풀 수술을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조건 비슷하게 큰 쌍꺼풀 수술과 트임을 하는 것. 눈썹과의 균형을 잃고 눈이 너무 커지다보니 놀란 표정처럼 보이고 앞트임, 뒤트임, 밑트임은 눈에 붉은살을 많이 보이게 해 눈빛이 흐려보이게 한다. 원래 성형 수술에는 없는 ‘눈매 교정’이라는 말을 붙여 안검하수시에만 사용하는 방법으로 눈을 더 크게 뜨이게 하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보기에도 부자연스럽지만 눈 기능에도 문제를 줄 수 있다.
동안 얼굴을 만든다고 입 주변에 지방 이식 혹은 필러를 주입해 얼굴을 지나치게 통통하게 만드는 것 또한 한 요인이다. 이 부분은 볼록 나오기보다는 직선 형태가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우며, 얼굴에서는 코 끝과 눈 사이 부분인 광대가 가장 돌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날렵한 턱선과 통통한 볼을 위해 광대뼈와 사각턱을 깎아 직선으로 만든다. 이는 얼굴의 입체감을 없앨뿐더러 광대 축소로 인해 볼살의 처짐을 유발한다. 턱과 광대는 얼굴에 이유없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볼과 턱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 처음에는 모를 수 있으나 중년 이후에 얼굴이 망가지기 쉽고 나이가 들면서 얼굴뼈에도 골다공증 등 변화가 오므로 건강상으로도 조심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심지어 평범한 얼굴의 사람이 미용상의 이유로 양악 수술을 해 입술이 짧고 얇아지면서 입꼬리가 처지고, 뼈가 줄어들면서 피부가 남아 합죽이 같은 인상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지나친 볼륨감을 추가하면 강남 얼굴의 완성이다. 이마는 실리콘이나 지방을 지나치게 주입해 볼록하게 만들고, 눈밑에도 애교살을 두툼하게 넣는다. 코도 콧대에 보형물의 윤곽이 보일 정도로 실리콘을 지나치게 넣어 높여 코끝이 높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전형적인 강남녀의 얼굴은 개성과 균형을 무시한 결과다. A 성형외과의 권택근 원장은 “성형수술을 결정할 때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얼굴을 봐라. 상담을 하다보면 수술의 종류와 방법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결과는 70%가 수술 전 상담과 분석에서 나온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니 충분히 상담한 후 선이 굵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 “우선적으로 눈을 고려하는 경향도 있는데, 코로 시작해 눈으로 마무리할 것을 추천. 코는 얼굴의 중심이며 가장 돌출된 부분이라 코를 중심으로 이마, 광대, 턱의 입체감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눈 수술이 성공해도 자연스럽지 않다. 또 눈 수술시에도 눈썹의 위치와 나이가 들었을 때 눈이 처질 것 등을 고려해 수술해야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 얼굴에 대한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에 병원들도 서서히 마케팅 수정에 들어갔다. 지하철 역 안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걸려 있던 광고판에 서서히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사진들이 늘어나고, 한 성형외과는 강남녀를 역이용해 이를 풍자하는 광고로 신뢰도를 쌓으려 한다.
하지만 논란 이전에 트렌드에 맞춰 강남녀를 마구 만들어냈듯 이 또한 추세에 맞춘 마케팅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병원을 찾았을 때 코디네이터나 상담 실장이 아닌 의사가 꼼꼼히 분석, 상담해주고 무조건 이것저것 추천하기보다는 쓴소리, 거절도 할 줄 아는 곳에서 수술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어서 병원을 찾았는데 상담 실장이 양약 수술까지 추천하며 2천만원의 견적이 나와서 고민이라는 글이 성형 커뮤니티에 올라온 적이 있다. 얼굴을 깎고, 넣는 것을 ‘분위기상’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 글에서 위험부담이 큰 양악 수술을 추천한 상담 실장은 대부분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미용에 대한 자격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