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천황 “우리가 쓴다는데 왜” [10대의 문제적 소비①]
입력 2013. 06.05. 10:54:5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10대들은 아이의 순수함이 옅어지면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다. 자녀가 청소년이라 불리는 10대로 접어들면 부모들은 대화 단절을 경험하게 되고 그들과 치사함을 무릅쓰고 소통을 위해 애쓰거나 아니면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북한 김정은도 우리 10대들이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하는 거야”라는 푸념 섞인 말을 할까. 그러나 이 같은 무서운 10대들의 말문을 터지게 하는 유일한 상황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수위를 넘어서는 소비가 필요할 때다.

이것만 사주면 “대화를 허하노라!”
중학생을 아들을 둔 한 40대 여성은 “몇 날 며칠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필요한 게 생기면 정말 집요하게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묵언수행이라도 하듯이 입을 열지 않던 녀석이 방실거리면서 사달라고 조르는데 ‘그래 이거라도 사주면 묻는 말에 대답 좀 해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무리해서라도 지갑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제 희망 사항이죠. 아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다시 입을 닫아버립니다. 결국,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들의 절박함에도 10대 청소년들 대다수가 “엄마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라며 반항 끼를 드러낸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소비는 유치원 때 길러졌다 “새삼 왜?”
요새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고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초등학생이 되면 화장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쇼핑하러 다닌다. 남자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인 취미생활에 몰두하면서 고가 디지털기기나 스포츠 전문가 용품 등 부모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비행태가 이뤄진다.
부모들은 아이를 낳게 되면, 자신들은 대충 입어도 아이들만큼은 명품으로 치장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들은 적당한 브랜드나 시장 옷을 입어도 아이만큼은 유명 브랜드 혹은 명품까지 불사한다. 그런 부모들의 명품 입히기가 막상 자녀의 학교 생활과 함께 학원비 등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돌변한다. 정작 아이들이 스스로 소비하는 시기가 될 때 자녀들에게 “네가 그게 왜 필요한데” 하며 일언지하에 잘라버린다. 10대들 입장에서는 ‘그럴 거면 눈을 높여놓지나 말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소비불사의 원칙 “내 돈 내가 쓴다는 데 뭐?”
10대들의 소비는 오타쿠의 생활패턴과 유사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기면 금액과 상관없이 컬렉션을 하듯 사들이는데 심취한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한 남성은 “하루는 아들이 엄마와 고함을 질러가며 싸우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모르는 척하려고 했는데 애 엄마가 ‘난 모르겠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그리고 휙 나가버리는 통해 애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설명인즉슨 할아버지가 자신의 통장으로 넣어준 용돈으로 축구 유니폼 3벌을 맞춤 주문했다는 것입니다. 몇 십만 원쯤 한 것 같았는데, 아이 엄마는 3벌을 맞춘 지 1년도 안 돼서 1~2만 원도 아닌 옷을 그것도 3벌이나 또 샀다는 거고, 아이는 어차피 자기 돈으로 샀는데 엄마가 왜 상관이냐는 거였죠. 아이의 말도 어느 정도 이해됐지만 사실 아이한테 통장을 맡기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10대 자녀와 부인 사이에서 말 못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10대 청소년들을 철없는 죄인처럼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의 대화 대부분이 연예인이나 취미생활 등에 관한 내용이고 이러한 주제는 자연스럽게 패션이나 자신이 가진 컬렉션에 관한 것들로 이어진다. 여기서 친구와 비교되기 시작하고 결국 소비를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동경이 아닌 질시의 모방소비 “걔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 있어?”
아이돌 중 상당수가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라는 점이 이들에게 ‘나라고 못할 게 뭐 있어’라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결국, 모방의 대상이 자신과 똑같은 10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동경의 모방이 아닌 질시의 모방 형태를 띠게 돼 강하게 소비 욕구가 생기게 된다.
질시의 모방은 모방으로 시작된 소비를 극히 개인적 만족형 소비로 전환시킨다. 아직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의 만족형 소비는 정점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다.

소비세습 4050세대 부모를 둔 10대들의 항변 “엄마도 사잖아?”
그러나 이들의 소비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버블경제가 극에 달한 90년대에 20대를 보낸 4050세대 부모가 있다.
중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한 패션계에 40대 후반 여성은 “직업이 직업인지라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죠. 쇼핑할 때 저가든 고가든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딸애가 고등학생 때는 저 때문인지 오히려 소비에 관심이 없더군요, 그러더니 한번은 뭘 사달라고 조르기에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엄마도 사면서 왜 안 되느냐고 하더군요. 뭐 그렇게 기분 상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기는 했지만,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세대 부모들은 자신들에게 올인했던 부모 밑에서 여유로운 10대를 보냈다. 이러한 습성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소비황제 소비황녀로 양육했다. 그런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과한 소비를 한다고 책망하는게 다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일 수 있다.
10대들의 소비는 시작과 끝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기업들은 이들의 정점이 없는 예측 불가능한 소비에 열광하고 부모들의 이러한 이유로 불안에 떤다.
소비시장을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붙이는 10대 소비황제ㆍ소비황녀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AP 뉴시스, 티브이데일리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