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엔 큰 화장품, 뚜껑 열어보면 내용물은 절반? [환경의 날 특집④]
- 입력 2013. 06.05. 11:26:19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이정도 사이즈면 30ml가 아니라 50ml 화장품 아닌가요?”
실제 담겨 있는 내용물에 비해 겉보기에 커 보이는 화장품이 많다. 밥그릇 밑 부분이 오목하게 올라가 있는 것처럼. 특히 국산 화장품의 경우 용기가 필요 이상으로 크고 내용물이 적은 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에게 착각을 불러일으켜 매출을 높이려는 기업의 만행도 문제지만 과대포장으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로도 지적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조사를 보면 부풀려진 화장품 용기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있다. 환경부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정작 내용물의 양이 적은 게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개선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국산 화장품 40개를 조사한 결과 용기 부피가 내용물의 평균 두 배로 나타난 것이다. 수입 화장품은 12개도 함께 조사했는데 결과는 1.7배 수준이었다. 국산 화장품의 용기가 수입 화장품에 비해 더 과대 포장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결론이다. 특히 국산 한방 화장품의 경우 내용물 대비 용기체적 평균비율이 3.2였고 그중에서도 크림류는 4.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환경부는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화장품 용기 감량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해 환경 연구개발(R&D) 사업의 일환으로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을 통해 시중 화장품의 포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용물 부피 대비 용기 체적이 5배에 달하는 경우가 나오는 등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초래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경부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지난 15일 ‘화장품 용기감량 시범사업 참여협약’을 체결하고 각각 기초화장품 3종 이상의 용기 부피를 10% 이상 감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용물 대비 용기 부피가 3배 이상 큰 한방 화장품이 주요 대상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은 ‘한율’의 클렌징크림 외 2품목을, LG생활건강은 ‘후’와 ‘수려한’ 제품 중 3종 이상의 용기를 감축해 2014년 말까지 시장에 유통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서 보호성·상품성·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화장품 적정포장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가 기준을 자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존 화장품 포장은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용기와 종이박스 사이의 공간 비율과 포장 횟수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내용물의 특성상 용기의 재질이나 두께 등에는 별다른 기준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앞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면서도 환경적 측면도 만족시킬 수 있는 화장품 용기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회장은 “작년 9월 의식조사 결과 화장품 과대포장이 심하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많았다”며 “소비자의 욕구를 적절히 반영하는 이번 시범사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용기 제작 지침 마련을 추진하겠다”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친환경포장제품을 사랑해줘야 매일 전국에서 2만 톤씩 발생하는 포장폐기물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며 시범사업 참여제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