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가는 유명 ‘강남’ 성형외과, 뭐 믿고 가시나요?
- 입력 2013. 06.05. 12:59:41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압구정, 신사동, 강남역 일대를 걷다보면 건물당 성형외과가 1~2개는 기본이고, 한 건물에 5개 이상 있는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남구 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에 전문의 성형외과는 380개를 웃돌고, 성형을 진료과목으로 하는 의원까지 합치면 약 700개 정도가 영업 중이다. 이는 전국 성형외과의 약 30%를 차지하는 수치다.평생 얼굴을 좌우하는 성형은 믿을 수 있는 강남의 유명 병원에서 해야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이기 때문에 정말 성공적인 성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강남은 국내의 성형외과 집약지일뿐만 아니라 세계 성형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지방 사람들은 성형 수술을 하기 위해 강남행을 강행하고,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강남에서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성형 관광까지 유행하고 있다.
당연히 성형외과 의사들은 강남에 병원을 내고 싶은 상황이 됐다. 갓 전문의를 딴 의사들도 조건만 되면 강남에 개업을 한다. 그런데 성형은 의술인 동시에 아름다움을 만드는 수술이다. 환자의 특징을 꼼꼼히 분석하고 그 특징을 잘 조합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철학을 고수하는 의사들은 의학적인 부분 외에도 이런 분야를 끊임없이 공부한다. 한 의사는 최소 5년의 경험은 쌓아야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력이 없는 신입 의사들이 강남을 찾는 환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만큼 이러한 안목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의사들은 미약한 경험을 커버해 줄 광고에 올인한다.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 ‘기적’, ‘매직’ 등의 말을 붙여 수술 효과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파워 블로거들과의 연계로 긍정적인 수술 후기를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광고판이나 전단지에 과한 보정을 거친 비포&애프터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러한 홍보를 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광고 비용은 상승하고, 이는 더 자극적인 광고를 만들고, 환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여주는 병원을 찾게 되는 굴레에 빠진다.
광고비뿐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높다.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리해서 수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형 코디네이터 혹은 상담 실장을 따로 둬 수술을 부추긴다. 강남의 성형외과들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한 상담 실장은 “수술비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받는 곳이 많아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도 추천할 때가 있다. 상담 실장이 많은 비용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 이곳의 불문율.”이라고 털어놨다. 심지어는 내부 인력 외에도 이곳 병원들에서 수수료를 받고 지방, 해외 환자들을 연결해주는 외부 브로커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과도한 비용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몇 사람의 의사가 공동 개원을 하기도 한다. 눈, 코, 입술, 안면 윤곽 등 서로 전문 분야를 나눠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 성형수술은 조화와 균형이 가장 중요한데다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의사마다 다르기 마련인데 제대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남의 성형외과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강남이라고 해서 맹신할 명확한 기준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또 강남에서도 매스컴을 탄 원장 혹은 광고를 많이 하는 병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지는데 이 유명세가 곧 실력이라는 공식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한 예로 1년에 10명 이상이 의료 소송을 걸고, 너무 심한 부작용으로 인터넷상에서 사이코패스 의사로까지 불리다 결국 문을 닫은 M 성형외과 원장은 2개의 매체에서 혁신적인 병원, 전문성이 뛰어난 유학파로 소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병원은 과대 광고에 프랜차이즈 지점이 강남에만 여러 개 있는 믿음직한 큰 병원이었다.
성형 커뮤니티에 호소하는 한 글에서 또 다른 예를 찾을 수 있다. 글쓴이는 지방에 사는데도 TV에 자주 출연하는 원장에게 수술을 받기 위해 강남역 부근의 S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런데 2시간 예정이던 수술 시간이 6시간이 지속됐고 마취약이 버티지 못해 생살을 수술하는 고통을 겪었다. 고문 시간과 같던 수술 덕에 강남역 주변에만 가도 호흡 곤란이 올 정도라고. 게다가 수술도 부작용이 생겨 재수술비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고 같은 의사에게 재수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해 끔찍한 수술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수술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더라도 마취 실수나 부작용에 대한 관리는 언론에서 비춰지는 신뢰도, 인간성과 크게 어긋나는 듯 보인다.
결과보다 돈, 환자가 아닌 고객을 좇는 성형외과들이 만연하다. 이상하게 자리잡은 '강남' 혹은 ‘유명’이라는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의사를 스스로 찾아야 할 것. 상담 실장이 아닌 의사가 직접 살펴보고 제안하며 수술 시 시설과 사후 관리도 책임질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의 수술을 진심으로 책임지고 환자 또한 고객이 아닌 환자의 태도로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일 때, 우리나라 또한 양적인 것으로 승부하는 성형 왕국이 아닌 질 높은 의료진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진정한 성형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