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조 높은 건축물 속 화려한 베르사유 정원을 담은, `퐁탕주` 스타일
- 입력 2013. 06.06. 17:47:08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사치와 향락의 극치였던 로코코 시대. 루이 15세 즉위부터 프랑스 혁명 이전의 시대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는 결국 혁명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치가 곧 미덕’으로 여겨졌던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은 서양 복식사에서 가장 화려한 시대를 만들었으며 현대 패션, 문화, 예술 분야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로코코 예술은 매우 부드럽고 여성적이면서도 귀족적이며 유희적이다. 유려하고 우아한 곡선과 화려하고 밝은 느낌의 다양한 장식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시대에는 헤어 스타일 또한 이런 특징을 반영해 장식이 많고 리드미컬하며 창조적인 스타일이 많이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이런 로코코 스타일과 그 바로 이전의 위엄과 격식을 강조하는 바로크 시대의 특징이 결합돼 가장 화려하고 가장 웅장했던 헤어 스타일이 바로 '퐁탕주'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바로크와 로코코 두 시대의 유행을 이끌며 귀족 여인들 사이에서 사랑받았다.
퐁탕주 스타일은 루이 14세 정부였던 퐁탕주 공작 부인의 이름을 딴 것. 퐁탕주 부인이 왕과 승마를 하던 중 흐트러진 머리를 가터로 틀어 올려 묶었는데 이를 매우 매혹적으로 여긴 왕이 그 스타일을 총애하자 궁중 여인들이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일화에서 유래됐다.
사다리를 이용해 만들어야 할 정도로 무게와 높이가 웅장했던 것이 특징으로 모양 역시 마치 탑을 연상시킨다. 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철사 틀과 아마, 말털, 양털로 구성된 패드, 크리놀린, 가발 등과 파우더, 포마드가 사용됐다. 또 수많은 리본과 레이스, 다이아몬드, 진주 등으로 장식했다.
바로크 시대의 퐁탕주 스타일이 딱딱하고 격식을 내세운 높은 탑과 같았다면 로코코 시대에는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움이 더해져 이 탑에 컬을 넣어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듯 연출했다. 또 로코코 시대의 다양한 장식 요소가 접목돼 꽃과 풀, 동양적인 요소 등이 들어가 마치 과수원 하나를 머리에 얹은 듯 했다.
로코코 시대의 유행을 선도했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퐁탕주 스타일을 즐겨했는데, 이로 인해 궁정에서 왕비는 볼 수 없어도 왕비 머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날 정도였다. 귀족 부인들도 이 머리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마차를 탈 때 무릎을 꿇고 타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머리가 넘어지는 여인 앞의 남자가 마치 건물이 무너지는 듯 피하는 모습, 귀족 여인의 머리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놀고 있는 정원의 모습 등 풍자화도 꽤 많이 남아 있다.
이 구조적인 스타일은 건축학에서도 참고할만큼 아름다운 하나의 건축물과도 같으며, 창의적인 면에서도 뛰어나 많은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귀감을 주고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업 스타일에는 항상 좋은 모티브가 되고 있는데, 최근 큰 리본 모양의 업 스타일, 땋은 머리를 이용해 크게 말아올린 업 스타일 또한 퐁탕주 스타일의 현대판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공작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캡쳐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