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소비 유형 ‘핫 키워드’ [10대의 문제적 소비②]
입력 2013. 06.07. 12:12:35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뭐 이런 애들이 다 있지?’ 미국 드라마 ‘가십걸’을 보고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생각이다.
업타운 고등학생들 삶을 다룬 이 드라마는 어른에 뒤지지 않는 자극적인 소재와 사치스러움으로 진짜 10대 드라마가 맞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과장을 제외하면 현재 10대들의 문화 및 소비 행태와 닮아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들의 소비 문화, 그 대표적인 키워드를 뽑아봤다.

▲부모님 돈이 바로 내 돈 ‘등골 소비’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는 등산객이 아닌 10대들 사이에 가장 핫한 패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겨울이면 많은 학생들이 찾는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제품 가격별 계급도’가 인터넷 상에 게재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5만원 상당의 ‘찌질이’부터 60만 원대 ‘등골 브레이커’까지 제품 가격에 따라 학생의 계급이 정해지는 것.
이런 문화 때문에 부모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으로 어른들도 쉽게 구입하지 못할 고가지만 ‘국민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안 사주면 왕따를 당한다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외에도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 뉴발란스 운동화, 인케이스 백 팩, 심지어 명품까지 학생 신분으로는 사치스러운 물건들을 당연한 듯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모의 돈이 당연히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내 신분은 물건이 결정한다 ‘귀족 소비’
등골 소비와 비슷한 고가 소비의 한 종류로 귀족 소비를 들 수 있다. 4050 세대를 부모로 둔 지금의 10대들은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다. 예전의 10대가 필요한 것, 취향에 따라 원하는 것을 얻는 것에 집중했던 것에 비해 지금의 10대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자신의 품위를 지켜주는 고가의 아이템은 필요, 취향과 상관없이 구매해야 되는 것. 명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없을 뿐더러 이러한 고가 소비가 생활화 돼 있다.

▲손쉽게 구매를 부추기는 ‘클릭 소비’
위와 같이 쉽게 소비를 하는 현상은 온라인 쇼핑의 영향이 크다. 소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온라인 소비에 노출된 10대들은 구매를 결정을 하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으며,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이 구매되는 시스템 때문에 돈에 대한 개념까지 불분명해졌다.
20, 30대들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고민하고 구매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에 반해 10대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먼저 경험해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클릭하면 된다’라는 의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소비는 저축이나 절약 등 돈에 대한 고민 없이 쇼핑이 이뤄지고, 소비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받는 것으로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서로 사고 파는 ‘중고 소비’
10대들에게는 사는 것이 쉬운 만큼 파는 것 또한 편리하다. 인터넷에 즐비한 각종 매매 사이트에는 10대들이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 사용하지 않는 옷, 신발 등을 파는 게시물이 가득하다. 쓰지 않는 물건을 쉽게 팔고, 그 돈으로 자신이 사고 싶은 새 물건을 사는 이런 소비 방식은 10대들이 어른들보다 오히려 익숙하다.

▲새롭게 등장한 마니아층 ‘오타쿠형 소비’
어떤 분야에 특이할 정도로 열중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말하는 ‘오타쿠’가 10대들에게 소비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10대들은 원하는 것, 품위 유지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열광하는 운동화, 시계, IT 기계, 화장품 등을 컬렉션으로 모으고 있다.
저렴하게는 10만원부터 100만 원대에 이르는 운동화를 수집하고 있는 고등학생 박모(17)군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각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은 이제 경제력을 갖춘 성인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용’은 이제 옛 말, ‘어덜트 소비’
과거에는 학생 시계, 구두, 가방 등의 제품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학생용’이라는 말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는 10대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고 어른들이 입고 신는 것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10대까지를 소화하던 패션 브랜드들이 모두 소비층을 잃고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10대를 타깃으로 했던 화장품 브랜드들도 미샤, 에뛰드 등 중저가 브랜드에 밀려났다. 심지어 2010년부터는 중저가 브랜드보다 고급화된 브랜드가 10대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으며, 이에 활기를 띤 브랜드들은 10대들에게 인기 많은 아이돌을 모델로 고용하고 있다.
10대는 전체 인구의 14%로 30대, 40대에 이어 가장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다. 이렇다보니 업계 사이에서 10대는 중요한 소비자인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출되버린 많은 소비 기회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으로 10대들은 잘못된 경제 관념에 물들기 십상이다. 자신의 돈이 아닌 부모의 돈으로 이 문화가 유지된다는 것 또한 큰 문제. 아직 어리다는 테두리 안에 포용하기에는 어른과 동등한 소비에 노출돼 있는 10대.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는 교육과 시스템이 시급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드라마 ‘가십걸’ 홈페이지, 빈폴 아웃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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