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더워지자… 화장대 아닌 냉장고를 차지한 화장품
- 입력 2013. 06.08. 15:22:25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최근 방부제를 쓰지 않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이 늘면서 유통기간도 짧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날씨까지 더워지자 화장대에 있어야할 뷰티제품들이 하나 둘 씩 ‘냉장고’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국내에 화장품 전용 냉장고가 출시된 이후 꾸준히 ‘화장품 냉장고’과 ‘냉장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다. 당시 화장품 냉장고는 업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상온에서 화장품을 보관하는 것에 익숙해있던 국내 소비자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전달했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는 호기심이 대상이 됐다.1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만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화장품에도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게 됐을 만큼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긴 했다. 시간이 지나도 화장품 냉장고의 가격대가 다소 고가이다 보니 대중화되는 것에 난항을 겪은 것도 사실.
어쨌든 현재는 화장품 냉장고까지는 아니여도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여름이 길어지자 뷰티업계는 쿨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얼굴에 뿌리는 미스트나 젤타입의 냉장 수분크림, 더위에 노출된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쿨링 마스크팩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물론 화장품 냉장고도 조금씩 성장 중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최적의 상태로 화장품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점점 더워지는 바로 지금이 성수기이기도 하다.
지난 4일 SBS E! '서인영의 스타 뷰티쇼' 여름특집 편에서는 MC들이 얼굴 피부온도가 높은 '열대 피부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냉장 화장품과 화장품 냉장고가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열대 피부녀의 피부 온도가 무려 37.2도로 오르자 뷰티컨설턴트인 도윤범 MC는 “보통 얼굴피부는 36도를 넘어서면 홍조가 발생하고 진피가 약해져 피부이상이 생기며, 40도를 넘어서면 콜라겐이 파괴돼 노화가 시작 된다”고 냉장화장품으로 쿨링처방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더운 날씨와 뜨거운 피부에 냉장보관한 화장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상온(10∼25도)에서 보관하도록 개발되고 굳이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청량감을 느끼기 위해 냉장보관을 했다면 온도의 변화가 잦아 제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계속 냉장 보관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냉장화장품에 대해 잘 팔리지 않은 화장품 냉장고까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LG생활건강에서는 냉장 화장품 ‘프로스틴’과 함께 화장품 전용 냉장고 ‘아이스메틱 셀러’를 출시한 바 있다. 해당 화장품을 보관하려면 마치 냉장고도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화장품에 대한 정보와 소비자 피해 대처법을 담은 ‘화장품을 생각하다’를 통해 기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으면 굳이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냉장 전용 화장품의 경우 무방부제가 많아 제품이 변질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원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반 냉장고에 보관 시 우려되었던 냄새 등을 독립된 공간에서 청정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굳이 ‘전용 냉장고’가 필요한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팩 종류 등 경우에 따라서는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화장수나 에센스 등은 냉장 보관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