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하, ‘미인’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30)]
- 입력 2013. 06.10. 17:12:37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1990년대 뭇 사진작가들은 가장 포토제닉한 배우로 심은하를 꼽았다.
사실 그는 동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고소영처럼 입체적인 얼굴형이 아니었고, 유호정처럼 이목구비가 크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배우로 손꼽히는 이유는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아닐까.20대 시절의 심은하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당시 유행하던 짙은 메이크업을 했지만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풍긴다. 가녀린 목선부터 손짓 하나까지 우아함이 묻어나는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미의 기준’이었다.
1993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돋움한 그는 바로 다음해 당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하이틴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청순한 여대생 다슬 역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번뜩이는 초록색 렌즈와 두꺼운 음성변조로 유명한 ‘엠’은 현대판 공포 드라마의 원조 격으로, 심은하를 톱스타 대열에 올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혀 영화 ‘아찌 아빠’(1995), ‘본 투 킬’(1996) 등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연기하기도 했다.
심은하는 1998년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나 또 다른 옷을 입게 된다. 그는 아이 같이 순수한 주차요원 다림으로 분해 애틋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 어두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심은하의 수수한 모습은 대중에게 한층 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심은하를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명대사가 있다.
“다 부숴버릴 거야.”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작가 김수현표 강단 있는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심은하는 외모뿐 아니라 연기 역시 뛰어난 배우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청춘의 덫’이 심은하의 연기력을 보여준다면 영화 ‘인터뷰’는 그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레이, 블랙 등 모노톤이 지배적인 ‘인터뷰’는 어딘가 우울한 느낌을 갖고 있는 심은하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선보인 롱스커트, 두꺼운 카디건, 발레복 등은 트렌디하지 않지만 심은하의 수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해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아쉽게도 ‘인터뷰’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2005년 결혼 후 잠정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결혼 후 간간히 파파라치와 언론을 통해 포착되는 그의 모습은 은퇴를 선언하던 2000년과 다르지 않다.
불혹이 훌쩍 넘은 그는 또래 여성들처럼 화장을 짙게 하거나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하지 않으며, 패션 역시 화이트, 블랙, 네이비 등 모노톤으로 일관함에도 불구하고 빛이 난다.
그를 보석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다이아몬드보다 은은한 빛을 띄는 ‘진주’에 가까운 배우다. 반짝이지 않아도 아름답고 세월이 흘러도 클래식한 멋을 유지하는 심은하는 세월에 가둘 수 없는 뷰티아이콘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사진작가 김상근 제공, 드라마 ‘청춘의 덫’,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인터뷰’ 스틸컷,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