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컬러’ 에메랄드그린, 사실은 청자의 색!
입력 2013. 06.11. 22:29:15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이번 시즌은 푸른 도자기 빛이 가득했다.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현대인에게 잠시 멀어진 청자의 색이 2013 S/S 해외 컬렉션에서 대거 등장해 한국 패션피플을 반갑게 했다. 사실 ‘고려문화의 정수’라고 불리는 청자는 컬러와 디자인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트렌디한 패션으로 완성되기에 제격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옥빛을 닮으려고 했던 청자는 시간이 지나며, 고유의 색을 갖추게 된다. 청자의 색은 옥처럼 비취색 계통이긴 하나 그보다 칙칙하다. 신기하게도 샤넬이나 프라다와 같은 명품들이 봄·여름에 어울리는 밝고 강렬한 색을 버리고, 차분하고 은은해졌다. 온통 우리의 색인 ‘쪽빛’에 물든 것이다.
더군다나 에밀리오 푸치의 시스루 드레스는 고려청자의 색보다도 한층 깊이 있는 색을 드러낸다. 색의 변주로 치자면,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한 술 더 뜬다. 청자의 푸른색이 해당 브랜드에서 옅어질 대로 옅어져, 정적인 분위기 그 자체다.

이렇듯 서양에서 오히려 옛 동양의 오묘하고 수려한 색에 심취했다. 청자와 같은 저채도 색은 다양한 빛깔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색이라고 해도 마치 수묵화처럼 보면 볼수록 풍미가 느껴진다. 이러니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색만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청자의 외형에서 우러나온 곡선의 미학을 반영한 옷이 국제 패션쇼에 등장한 것은 1962년이었다. 당시 국보 68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을 꼭 빼닮은 이브닝드레스가 탄생했는데, 청자의 곡선은 여성의 골반을 풍부하게 살리는 디자인으로 재해석됐다.
더욱이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컨셉 코리아3’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문화 보물’을 주제로 디자이너들이 청자 패션을 선보여, 뉴욕 패션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당시 디자이너 이상봉은 “청자의 쪽빛은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세계인에게 친숙하다”며 “패션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행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색을 알리기 위한 많은 이의 노력 덕택일까. 세계적인 색채기업 팬톤은 청자의 빛깔과 흡사한 ‘에메랄드그린’을 2013년의 가장 주목받는 컬러로 선정했다. 오늘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청자의 색이 놀라운 것은 저채도의 매력을 그야말로 그 옛날에 뽐냈다는 점이다.
어찌 됐건 가장 오래됐으나, 가장 새로운 우리의 색이 패션을 점령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뉴시스, 엠포리오 아르마니, 에밀리오 푸치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