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여성의 갈망이 담긴 옛 여인들의 화장법[전통 화장법의 재해석①]
- 입력 2013. 06.12. 10:38:57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신윤복의 '심계유목도'에는 긴 흑단 머리를 풀어 창포물에 감는 여인,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그네를 뛰는 여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풍속화를 ‘단오도’라고도 부르는데, 단오가 찾아오는 이맘때쯤 우리네 여인들은 창포물에 멱을 감고 연지곤지 단장을 하고 그네를 뛰며 풍류를 즐겼던 것. 이렇게 몸을 깨끗이 하고 머릿결과 얼굴을 단장하는 날이 따로 있을만큼 옛 여인들도 지금 못지않게 외모를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다.유기농, 친환경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지금, 여성들이 단오의 창포물이나 사극 속 여인들의 볼과 입술을 발그레 물들이는 천연 염료를 탐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한방, 황토 화장품부터 과거나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는 등 옛 것을 추구하는 화장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유기농 화장품의 70%가 허위, 과장이라는 것이 드러나며 100% 순수 자연에서 찾은 '진짜' 옛 화장품과 화장품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간절해질 것으로 보인다. MK패션에서 옛 여인들이 실제로 행했던 전통 화장법부터 현대까지 계승돼 출시되고 있는 화장품, 옛 남자들의 재미있는 화장법까지 모두 소개한다.
화장이라는 말은 일본의 영향으로 개화기 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이를 ‘단장’이라고 불렀다. 얼굴 메이크업을 하는 분단장, 몸 전체를 꾸미는 칠보단장으로 나뉘었으며, 그 범위는 목욕부터 머리 손질, 피부 관리, 메이크업까지 폭 넓게 해석됐다.
조상들의 단장은 현대와 같이 아름다움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닌 주술적, 사회적, 미적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예를 들면 단옷날 창포탕에 머리를 감고 비녀 끝에 연지를 바르는 것은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으며, 전통 혼례에서 신부의 이마, 볼에 연지곤지를 찍는 것 또한 액을 쫓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밭일을 나가기 전 행운을 빌며 발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기도 했다.
또 신라시대 스님과 귀족층만 할 수 있는 화장법인 불장,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상류층 부녀자와 기녀를 구분하기 위한 기녀들만의 분대화장은 분장이 신분을 나타내는 사회적인 의미다. 조선시대 말에는 흰 색 분을 바르던 기생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복숭아 색 분을 만들어 일반 부녀자들은 이것만을 고집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화장법 중에서도 조선시대에는 내추럴함을 강조하고 3백(피부, 치아, 손), 3흑(모발, 눈동자, 눈썹), 3홍(입술, 볼, 손톱)을 미의 기준으로 여겨 현대의 아름다음과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또 화장법 개발을 국책으로 명령하고 숙종 때는 매분구라는 화장품 방문 판매자가 생길 정도로 화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으니, 조선시대의 화장법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옛 화장법에 대해 살펴봤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사상이 중심이 되면서 고려시대의 화려한 외모 치장과는 반대로 고운 피부와 청결한 몸 관리 등 단정한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수를 하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에 신분에 관계없이 다양한 목욕법과 세안법이 발달한 시기이기도 하다.
양반들은 목욕탕을 두어 목욕을 했는데, 이 안에 창포, 쌀뜨물, 쑥, 인삼, 난, 마늘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피부 미용과 치료에도 목적을 뒀다. 찐 마늘을 목면 주머니에 담아 물에 담근 뒤 초를 풀어 목욕해 여드름과 동상을 방지했으며, 인삼, 쑥, 난초를 달여 목욕물에 넣어 피부를 매끄럽게 하기도 했다. 다가라 나무에서 채취한 영릉향은 악취를 제거해줬으며, 따뜻한 물에 소금을 풀어 염증을 치료했다. 손을 씻을 때는 황토와 팥가루를 사용했다. 지금까지도 쑥, 소금, 인삼, 황토 등 많은 재료가 목욕재로 남아 있는데,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더욱 다양하고 세심한 것이 흥미롭다.
조선시대의 세안법에도 현재까지 세안제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많을 남아있다. 세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일 정도로 중시됐는데, 세안 시에는 보통 곡물을 사용해 피부를 정돈했다.
녹두, 콩을 맷돌에 갈아 체에 쳐 만든 가루를 얼굴에 문질러 각질을 제거했다. 녹두는 미세한 거품이 나며 사포닌 성분을 함유해 묵은 때를 제거해준다. 여드름에 좋다고 알려져 익모초를 뿌리채 캐 햇볕에 말린 뒤 태운 가루로 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쌀뜨물, 창포의 흰 뿌리, 백부자 등이 사용됐으며, 조선 후기에는 팥을 맷돌에 갈아 만든 팥비누가 나왔다. 화장을 하기 전 피부를 한 차례 뽀얗게 만들기 위해 세안을 할 때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는 분 세안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청결이 중시되며 지금에 뒤지지 않는 목욕법과 세안법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메이크업에 해당하는 화장법이 도태된 것은 아니었다. 단아하고 정숙한 느낌을 선호했을 뿐 미안수, 천연 팩, 분, 연지, 향수 등 매우 정밀하게 발달했던 화장법에 대해 이어서 알아본다.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황진이', 드라마 '아랑사또전', '자명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