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에 맞서는 뷰티업계의 자세 [2013 상반기 뷰티마켓 리뷰①]
- 입력 2013. 06.13. 09: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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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뷰티산업은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의식주 같이 변해가고 있다. 매일 아침에 하는 메이크업, 저녁에 하는 기초케어로 어느덧 화장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그러나 불황 앞에서 화장품은 그저 ‘사치’일 뿐.
매년 거듭되는 경기 불황이 가실 줄 모르는 가운데, 대중들은 화장품을 사는 소비형태가 많이 바뀌고 있다. 화장을 아예 포기 할 수 없으니 소비 형태를 바꾼 것. 이에 뷰티업계는 ‘불황’을 오히려 매출향상의 기회로 삼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힘들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안전하고 단순한, 그리고 자극적인 아이템과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지켜낸 뷰티업계 키워드는 무엇일까.
1. 컬러 ▶ ‘비비드 효과’라고 들어봤니?
화사한 비비드 컬러가 불황도 이겨내고 올 상반기에 색조 메이크업 제품 매출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 비비드 립 메이크업은 꾸준히 상승세다. 불황에는 고기능성보다 화려한 컬러가 먼저 들어오기 마련인데, 비비드 립스틱 만큼은 경기가 안 좋아도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컬러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비비드 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비비드 립스틱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비비드 립스틱이 출시되지 않는 메이크업 브랜드가 없을 만큼 꾸준히 저마다 앞다퉈 ‘더 환하고, 더 짙은’ 발색력 높은 제품을 선보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은 “과거 촌스러움의 상징이 됐던 레드, 눈이 시릴 만큼 화사한 푸시아 핑크와 오렌지 등이 인기를 끌자 덕분에 여러 제품을 사용할 필요 없이 입술 컬러만 강조한 포인트 메이크업도 덩달아 트렌드가 됐다”고 전했다.
2. 성분 및 기능 ▶ 無첨가 화장품, 안 넣을수록 인기?
살림살이가 빠듯해지자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졌다. 안심먹거리가 있듯이 안심화장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한 푼을 쓰더라도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의 성분까지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한동안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에 주목을 했다면 올해는 건강함을 앞세운 ‘오가닉’, ‘힐링’, ‘유기농’ 타이틀을 지닌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런 화장품들은 대게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無첨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10 프리시스템(무파라벤, 무동물성, 무광물유, 무에탄올, 무아크릴아마이드, 무실리콘오일, 무포름알데이드, 무1,4-다이옥산, 무색소, 무향료)을 적용해 민감한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한 것. 유통기한이 짧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3. 신제품 ▶ 진격의 CC크림
과거에는 올인원 제품으로 ‘클렌징’이 대두되었다면 요새는 메이크업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BB크림에서 기초케어 기능까지 더해진 CC크림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는 CC크림은 피부 메이크업의 단계를 줄여줘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용절감 이유로도 더욱 인기가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번 상반기까지가 CC크림이 초창기 단계로 보고, 하반기에는 BB크림 이상으로 대중화를 시도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갈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C크림은 이런 불황을 이겨내고자 출시된 ‘뷰티업계 마케팅이 만들어낸 제품이라는 사실. 어쨌든 흔하디 흔해빠진 BB크림 대신 올 상반기에는 CC크림으로 새롭게 주목도 받고 매출도 향상됐다. 올 상반기 CC크림을 출시한 메이크업 브랜드는 웃고, 아직인 브랜드는 웃을 수 없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4. 유통 ▶ 365일 세일 중인 브랜드 숍의 위기설
국내 브랜드숍의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부분 낮아졌다. 실제 브랜드숍의 천국으로 불리는 명동을 가도 한산할 정도로 예전만큼 활기를 띄지 못하는 분위기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 속에서 지난 몇 년 간 ‘저렴이’로 불리며 낮은 가격 대비 우수한 퀄리티를 자랑하던 브랜드숍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티나게 잘 팔리던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주요 화장품 상권 내에서 동일 브랜드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만큼 시장이 포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안으로 브랜드 숍도 소비자와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실상 365일 내내 세일이나 다름없는 1+1, 사이즈업 프로모션, 한 달에 몇 번이고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매출이 오를 기미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5. 마케팅 ▶ ‘팝업스토어’ 길거리로 나온 수입 브랜드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수입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혹은 면세점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카페, 갤러리, 패션몰에서 일시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며 적지 않은 홍보효과도 누렸다.
상반기에만 무려 8개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수입화장품이 백화점이라는 유통망에 의존하는 편이다. 경기 불황에 매출이 낮아지자 백화점만 믿고 있을 수 없어 발벗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백화점에서는 면적과 프로모션에 제한으로 보여주지 못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브랜드는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 전 팝업 스토어를 통해 추후 시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자 하는 새로운 유통망 확대를 위한 사전 조사 방법이란 목적으로 시도하자함을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DB,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