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뷰티’로 환생한 조선시대 사대부여인 [전통 화장법의 재해석④]
입력 2013. 06.13. 17:51:29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4대 명절인 단오를 맞아 전통 미용법이 화제다. 옛 조상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얻었다. 예로부터 단오날에는 창포의 잎과 뿌리를 삶은 물로 목욕하면 피부가 비단결같이 고와진다 여겨 여인들이 즐겼다.
우리가 명절 때만 바짝 관심을 두는 전통 화장법이 사실 제3의 한류 ‘코리안 뷰티’의 주역이라는 사실 알고 있는가.
조선시대 남산골 진고개라 불리던 명동에는 화장품 가게만 80여 곳. 단골손님은 놀랍게도 해외 관광객이다. 그들의 구매가 재구매와 대량 구매로 이어지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제품의 효능 때문이다.
가까운 중국에서부터 먼 나라 유럽까지 한국 여성의 화장에서 어떤 매력을 보는 것일까. 바로 조선시대 사대부 화장법 ‘담장’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미인의 첫째 조건은 피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정갈하게 화장을 했다. 고려도경, 규합총서 등 옛 문헌에 따르면 당대에는 ‘은은함과 자연스러움’은 생명이었다고 전한다.
한류 붐의 여주인공들 역시 진한 메이크업보다는 깨끗한 피부 표현에 중점을 둔 메이크업을 선보인다. 코리안 뷰티의 핵심 또한 ‘피부’인 것이다. 여기에 눈 화장과 색조 화장을 더하면서도 한 듯 안 한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쉽고 빠르게 표현하는 BB크림의 등장은 미국의 주요 잡지와 방송에서 주목할 만한 뷰티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모든 여인이 ‘투명 메이크업’을 고수했을까. 사대부의 여인은 피부를 맑고 깨끗하게 보이도록 하는 담장으로 일관하며 색조화장을 하더라도 옅게 물들이는 농장 정도에 그쳤다. 반면 기방 여인은 한눈에 보아도 짙게 화장을 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화장은 계급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제3의 한류’는 전통 화장법이다. 물론 후손인 한류 스타가 크게 이바지했다. 일본과 중국, 베트남에서는 최지우, 장서희 등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스타의 영향으로 투명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있다. 이 화장법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선호해 온 아름다움의 원형이었으나, 이제는 동시대 여성들의 뷰티 문화가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한방 혹은 천연 화장품에 관심을 기울인다. 명품만 입점한다는 파리의 한 백화점에는 한국의 인삼과 유자를 원료로 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런칭한 해에 파리 화장품 박람회에서 ‘주목할 시선’ 상을 받았고, 그다음해에는 뷰티 어워드에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게다가 파리에 본사를 둔 한 세계적인 천연화장품 브랜드는 한방 화장품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인수된 회사가 개발한 ‘진생’, ‘유자’ 등으로 만든 화장품이 2007년 프랑스에서 첫 해외 판매를 시작한 이후, 프랑스 고급 백화점을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와 홍콩,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는 ‘문화’다. 코리안 뷰티를 미시적으로 보면 한류 스타의 화장법을 따라 하고 싶은 팬들의 단순한 모방심리일 뿐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 선조의 아름다움이 후대로 널리 퍼지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니 말이다. 문화는 흐르고 섞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넘어 사대부 여인의 ‘한국 스타일’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