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만든, 그릇될 수 밖에 없었던 10대들의 소비 행태[10대의 문제적 소비④]
- 입력 2013. 06.15. 10:20:34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독일과 한국 10대들의 소비는 비슷한 듯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다. 특히 수입과 용돈에 대한 개념, 저축을 분석했을 때 부모에 대한 의존도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과잉 보호와 의존도에서 오는 10대들의 돈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판단력 부족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 사회 제도와 맞물리며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주체적 소비를 막는 진학 위주의 교육 시스템
한국의 10대는 입시 공부 외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경제, 소비에 대한 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며, 혹시 이런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더라도 '학생은 공부나 해라'라는 분위기다. 이는 10대를 경제관념에 대해 백지 상태로 만들며, 이런 교육 시스템은 2차적으로 교과서 외 사회적, 실질적 내용, 신문과 멀어지게 해 비판 능력과 종합적인 사고를 떨어지게 만든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면 정보와 상황을 종합해서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 부재로 인해 10대들은 문제성 소비를 하기 쉬워진다.
또한 한국 1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별, 연령에 대한 역할 분담과 역할 기대에 대한 교육을 강하게 받는다. 이로 인해 주체적인 가치관 형성과 판단 능력이 저하되고, 자신을 '또래 집단' 안에 강력하게 소속시킨다. 이는 또래 집단 사이의 과시욕, 똑같은 것을 구매하려는 심리, 대리만족적 소비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 10대의 과시형 소비, 대리만족적 소비, 중독적 소비는 독일의 10대의 3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위와 같은 소비는 심리적으로 매우 소극적인 형태인데, 자신에 대한 주체성, 자긍심의 결핍에서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종종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긍지를 가질 수 없다’ 등의 질문으로 10대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에 동의하는 확률이 한국 31%, 독일 11%로 나타났으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더욱 차이가 심해 한국은 59%, 독일은 90%로 나타났다. 입시 위주 교육, 비판하고 사고하는 능력의 부족으로 한국 10대들은 심각한 자긍심 부족과 그로 인한 잘못된 집단 의식과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대의 욕망을 무시한 사회 제도
부모의 과잉보호 속 진학하기 위한 도구가 돼버린 10대. 이런 비슷한 맥락의 청소년에게 엄격한 사회 제도 또한 문제성 10대 소비에 한 몫을 거든다. 한국은 10대 초반, 중반, 후반의 구분없이 모두 '학생'으로 묶여 같은 규범 속에서 생활한다. 독일의 경우 16세부터는 20도 이하의 술을 허용하고, 나이트 클럽을 이용할 수 있되 18세 이전에는 10시 이후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10대는 충동이나 욕구를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독일은 성인이 되기 전 10대의 사회 생활과 유흥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그것을 제도로 규제한다. 이것은 개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10대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10대들이 숨어서 그 욕구를 해소하게 만들며, 성인으로서의 첫 단계를 어른이나 제도의 도움없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기 쉽다. 여기에서 오는 책임 또한 제도 개선에 두지 않고 10대에게 개인적으로 묻기 때문에 10대들은 시민 의식 속에서가 아닌 또래 집단에서의 행동 특성이 심화된다. 연구 결과 한국과 독일 10대의 술에 대한 지출은 비슷하게 집계됐으며, 10대의 복장과 화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독일보다도 한국 10대의 옷, 화장품 등 외모에 대한 지출이 더욱 높았다.
결과적인 소비율이 비슷함에도 10대의 이런 특징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10대가 건전하게 소비 생활을 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이며, 또 건전한 소비 시장도 매우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10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해 메이시스 백화점은 10대만을 위한 패션 섹션 ‘This It’을 운영하고 있고, SPA 브랜드 포에버21에서는 10대들에게 스타일링과 트렌드를 제안하는 온라인 잡지 ‘The Skinny’를 발행하기도 했다. 10대를 대상으로 서프 웨어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는 등 그들의 취미 생활에 따른 패션도 존중하는 분위기다. 독일 또한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데 10대를 위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프렌즈는 대표적인 예이며, 이것은 한국 10대들까지 해외구매대행으로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대를 인정하지 않는 시장은 10대가 어른과 똑같은 것을 소비하는 ‘어덜트 소비’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의 광고 또한 10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광고 제도는 과대, 허위에 매우 너그럽다. 독일은 광고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한 예로 독일 맥주 크롬바커는 아마존 강의 숲과 물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에 가까운 광고를 만들었는데, 아마존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과대 광고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10대들은 이러한 과대 광고에 성인보다 더욱 쉽게 현혹될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비판 능력, 종합적인 사고의 결핍으로 광고에 대한 주체적인 사고없이 소비로 이어진다. 광고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영향이 강하게 미친다’라고 대답한 10대가 독일은 15%, 한국은 35%였다.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최순종 교수는 이런 세태에 대해 “사회학자 H. Schelsk는 한 기자의 ‘왜 10대가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냐’는 질문에 ‘사회가 청소년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10대들은 당연히 그들의 욕구와 충동이 있는데, 그것을 사회가 발산하면서도 절제할 수 있는 범주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사회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니 그에 앞서 10대가 주체 의식, 가치관 형성, 비판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부모와의 독립적인 관계 형성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한국의 10대들은 정말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일까?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위치, 주변의 기대치, 사회적 제도 안에서 그들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대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10대들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무조건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가정, 교육, 사회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가십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