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하게 흐트러져라! [2013 하반기 뷰티마켓 프리뷰①]
- 입력 2013. 06.15. 12:59:06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비비드, 유기농, 팝업 스토어, 힐링, 드러그 스토어 등. 새롭거나 혹은 건재하거나, 다양한 이슈들이 2013년 상반기 뷰티 시장을 채웠다.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요즘, 2013년의 남아있는 6개월 동안 또 어떤 트렌드가 뷰티계에 그려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MK패션에서 2013 F/W 컬렉션 속 모델들의 얼굴과 헤어에서 찾은 뷰티 트렌드와, 하반기에 선보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진행중인 뷰티 브랜드들의 제품, 매장들의 추세를 파악했다. 먼저 컬렉션에서 발견한 하반기 헤어&메이크업 트렌드를 전달한다.
▼통제력을 잃은 헤어와 메이크업, Grunge&Ash
1. 물에 젖은 혹은 무심하게 빗은 머리카락
올해 F/W 시즌 런웨이 위로 비라도 내린걸까. 프라다, 쟈니헤이츠재즈를 비롯 많은 디자이너 컬렉션의 모델들이 머리가 흠뻑 젖은 채로 등장했다. 물에 젖은 여성들이 깔끔하고 섹시하게 표현되는 것과 달리 이들은 비 속을 헤치며 뛰어와 헝클어진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 특징. 앞, 옆머리를 귀에 꽂아 정리하거나 빗지 않고 페이스라인을 그대로 타고 흘러내리게 표현했다.
물까지 묻히지 않은 다른 디자이너 쇼의 모델들의 헤어도 비슷하다. 손을 머리카락 깊숙이 넣어 마음대로 쓸어넘긴 듯 깊고 자유로운 가르마와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컬링, 또 무심하게 틀어올린 듯 불규칙한 업 스타일까지. 이런 연출을 위해 헤어 디자이너는 굵은 컬을 만든 뒤 일부러 다시 브러시로 빗어 부스스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자유롭다 못해 지저분하기까지 한 F/W 헤어 트렌드는 컬러 또한 그에 걸맞게 먼지가 낀 듯한 애쉬톤이 섞인 것이 유행할 예정이다.
2. 한참 울어 번져버린 아이 메이크업과 창백해진 입술
핑크, 오렌지 등 사랑스러운 컬러로 걸그룹의 사랑을 받은 상반기 메이크업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하반기에는 찾아온다. 정성들여 화장한 눈을 손으로 쓱 문질러 번지게 만들거나 한참을 울어서 마스카라가 흘러내린 듯 그런지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이 유행할 것. 이는 섀도, 아이라인, 마스카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포인트로, 컬러를 톤 단계별로 넓게 그러데이션 해 눈이 푹 꺼진 듯 깊이감을 더해준다. 눈두덩뿐 아니라 언더라인까지 넓게 그러데이션해 그런지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헤어 컬러와 마찬가지로 메이크업에서도 안개 혹은 먼지가 낀 듯 신비로운 컬러가 유행. 그레이를 중심으로 탁한 블루, 퍼플, 브라운, 버건디 컬러를 결합해 연출한다. 여기에 누드톤 립스틱을 더하면 창백하고 음침하기까지 하지만 은근한 우아함과 시크함이 느껴지는 2013 하반기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강렬하게 돌아온 뱀파이어, Dark&Strong
1. 깊고 어두워진 헤어 컬러
이효리가 ‘배드걸’로 컴백하며 더 이상 짙어질 수 없을 듯한 블랙 헤어를 선보였다. 화려하고 밝은 컬러가 꾸준히 트렌드로 자리잡아 대중들이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딥 블랙이었을 것. 그래서 이효리의 연관 검색어에 블랙 헤어가 뜰 정도로 이슈를 일으켰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측됐던 현상이었다. 올해 초부터 여름 시즌부터 오랜만에 헤어 컬러가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것. 얼마 전 패션매거진 보그 역시 짙은 블랙 헤어를 메인 화보에서 보여준 적 있다.
블랙 유행은 깊고 진한 것뿐 아니라 무게감까지 함께 가져가는데, 꼭 블랙이 아닌 다른 컬러들도 가볍고 투명한 느낌에서 무겁고 강렬한 느낌으로 바뀔 전망이다.
2. 창백한 피부 위 버건디 포인트 립
2012 F/W 컬렉션을 뜨겁게 장식했던 뱀파이어 메이크업이 귀환한다. 작년이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럭셔리함을 입은 뱀파이어의 시대였다면 올해는 좀 더 음산하고 창백해진다. 2013년판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광, 윤광 피부를 버릴 것. 티 하나없이 매끈하고 매트하게 피부를 표현한 뒤 눈썹과 입술에만 포인트를 준다. 눈썹은 헤어 컬러와 같이 무겁고 강렬하지만 깨끗하게, 입술은 피를 머금은 듯한 짙은 버건디 컬러를 선택한다. 립스틱은 그러데이션하지 말고 입술을 일정하게 꽉 채우듯 표현할 것.
▼남자? 여자? 우리는 한 인류! 뷰티계의 동성화
헤어, 메이크업을 떠나 전체적으로 컬렉션을 살펴보면서 재미있는 점은 남자 모델과 여자 모델의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유니섹스 트렌드는 꽤 오래전부터 유지되고 있지만 기존의 남자는 여성적인 분위기를, 여자는 남성적인 느낌을 풍기던 것이 아니라 이번 시즌에는 아예 남녀의 모습이 똑같이 표현됐다. 한동우 컬렉션에서도 이러한 남녀 구분의 모호함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쇼의 남자 모델들은 분을 바른 듯 하얀 피부, 블랙 섀도와 아이라인, 붉은 입술로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여성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프라다', '로베르토 카발리', '돌체앤가바나' 홈페이지 컬렉션 영상 캡처 화면, '배드걸' M/V 캡처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