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는 `경력`이 최고의 스펙 [스펙시대①-학생]
- 입력 2013. 06.17. 14:09:04
-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패션 업계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열정 하나로 바늘구멍 속으로 덤벼드는 학생들이 물밀듯이 불어나고 있다.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가는 방법은 좁지만 다양하다. 대기업이나 중견 패션 전문 기업, 캐주얼 패션 브랜드 등 다양한 패션 기업의 디자인팀에 들어가거나 개인 디자이너 밑에서 다이렉트로 일을 배우기도 한다. 그 외에도 OEM이나 기타 패션 부자재 업체에 들어가 내공을 쌓고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아웃도어 전문 기업이나 중소패션전문업체에 취업한 학생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학교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체적인 경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복지나 급여가 보장되는 대기업을 가장 우선 순위로 선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스펙’이 보장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대기업에 들어갈 스펙이 안되는 학생들 중 샘플 제조 공장인 OEM 회사에 먼저 들어가 디자인과 유통까지 진행하는 ODM 방식으로 회사가 확장될 가능성을 노리기도 한다고.
ODM의 경우 계획한 샘플에 따라 생산만 진행하는 OEM과 달리 판매업자가 요구하는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납품까지 진행한다. 따라서 질적으로도 여타의 대기업 못지않게 우수하고 부가가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여성복보다 아웃도어나 남성복 시장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복 같은 경우 일주일 사이에도 트렌드가 180도 바뀔 정도로 회전율이 빠르고 옷 외에 기타의 액세서리 품목도 너무 많아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
또 내부 시장 사정도 좋지 못해 브랜드가 생겼다 없어지는 일이 흔하다. 그렇다보니 여성복에 유난히 애착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여성복을 선택하는 학생은 몇 안된다고 전했다.
그에 비해 아웃도어나 남성복은 여성복보다 훨씬 일이 수월할 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수명도 길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웃도어 시장만큼 수요가 높아지는 곳도 없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 역시 끊이지 않는 추세여서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 가운데 디자인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경력 기간'을 가장 중요한 스펙으로 꼽았다. 이처럼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스펙은 여타의 부서와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디자인팀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그럴 듯한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한 인턴 경력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 외에 개인의 역량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면접에서의 ‘패션 센스’, 회사 충성심을 알아보는 ‘인성 및 적성 검사’ 등을 중요 스펙으로 꼽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어에 목숨 걸고 있는 한국 취업 분위기에 반해 국내 패션 회사 디자인팀에서는 영어 실력이나 해외 연수기간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패션 브랜드 실장에 따르면 회사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이나 파슨스 같은 우수 패션 스쿨 졸업생들을 오히려 국내 디자인팀에서는 꺼려하게 된다고 전했다.
상사보다 우월한 학교 스펙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자신만의 끼와 재능에 사로잡혀 위계질서가 확실한 국내 회사의 일원으로 성장하는데 부적절하게 여겨진다고.
이 때문에 해외에서 온갖 경제적, 정신적 설움을 견뎌내고 한국에 돌아와 봤자 ‘경력 기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디자인실 막내부터 시작했던 국내 2년제 졸업생들보다도 취직이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 대기업 같은 경우 K그룹에서는 서울대학교 학생을 추구한다거나 H에서는 유독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을 뽑는다는 식의 기업이 추구하는 학교 인재상까지 있으니, 바늘 구멍 지나기보다 어려운 ‘패션 디자이너 되기’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전망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