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의지가 고갈된 패션계 [2013 상반기 패션마켓 리뷰①]
입력 2013. 06.17. 14:43:56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패션시장은 빠른 속도변화에 의해 생명력을 갖는다. 이 같은 속도감 넘치는 변화는 시장을 진보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올 상반기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지속돼온 강렬한 변화의 기운이 꺾이고 불황 속에서도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추지해온 패션 및 유통계가 한차례 숨 고르기를 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패션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저력이 올해 들어서는 ‘불황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패션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불황 속의 변화가 빛을 발했던 만큼 불황으로 인한 움츠림은 더 깊은 회환과 한숨으로 되돌아왔으며, 불투명해진 미래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1. 패션기업의 매각 붐 “우리의 오너는 누구”
지난해 말 가장 화두는 차이나 머니 유입이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 되고 있는 자국 내 브랜드 인프라 확대를 목적으로 한 중국기업의 움직임이 일시적 관심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중국기업의 한국패션기업 매입은 한국시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 속에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2013년을 앞둔 12월, 서양네트웍스(블루독, 밍크뮤, 알로봇)가 리앤펑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로써 리엔펑은 브랜디드라이프스타일코리아에 이어 한국 내 두 개 패션기업의 소유주가 됐다. 명목상이기는 하나, 브랜디드라이프스타일코리아의 대만 본사를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컬 아동복 시장의 상징인 서양네트웍스 인수는 리앤펑이 한국시장에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리앤펑그룹은 계열사 퍼펙트 인베스트먼트 B.V를 통해 서양네트웍스의 지분 37.1%와 지배주주인 서양인터내셔널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또한 ㈜네파(네파, 이젠벅)는 국내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13년 1월 17일 5,900억 원에 지분 5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패션기업의 주인교체 붐은 과거와 달리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비 패션기업 내지는 해외자본유입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약화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2. 패션기업의 사업구조조정 “더 이상의 확장은 없다”
대기업과 중견패션기업 등 전반에 걸쳐 사업부문 축소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이 시행돼 2013년 이후 패션시장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제일모직, 이랜드 등 거대패션기업뿐 아니라 FnF 등 대중소 기업 전 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업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과감하게 브랜드 수 축소를 단행하고 있어 패션계가 긴장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후부, 데레쿠니를 정리했으며, FnF는 시슬리 맨을 정리하는 등 주력사업부문에 집중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랜드는 이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랜드가 SPA 브랜드 체제로 시스템을 갖춰가겠다는 의도 아래 지난해부터 브랜드를 하나둘씩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일부는 중국에서 지속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업규모 축소와는 다른 각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랜드가 전개해온 브랜드 수와 외형규모를 감안할 때 어찌됐건 지금과 같은 브랜드 정리 작업은 '더 이상의 확장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이랜드의 사업구조조정은 향후 한국로컬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하다.

3. 유통 나 홀로 독주에 대한 경고 “상생물결 지속될 수 있나”
국회 본 회의에서 금년 1월 합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절충안은 2013년부터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 살리기, 지역상권 활성화 등 상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만 변화시켰을 뿐 기대효과 충족에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 이용객들은 휴점일 전날 미리 쇼핑을 하기 위해 몰려들어 대형마트 지점마다 토요일의 쇼핑 쏠림 현상만 심해졌을 뿐 재래시장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의도와 달리, 대형마트의 의뮤휴업일 시행은 편의점이나 중소형마트, 드럭스토어 등과 같은 신 업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 역시 드럭스토어 열풍에 가세해 올리브영에서 시작된 드럭스토어 열풍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마트 전용 브랜드를 양산하면서 합리적 쇼핑 문화 정착에 기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거대유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 규제보다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자체 인프라 제고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4. 유통가의 갑을 논쟁 “너 진짜 갑이야”
남양유업으로 시작된 갑을 논란은 갑의 권력에 따른 고질적 폐해가 심각한 거대유통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사실은 유통 중에서 진정한 절대 갑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이 스스로 자신을 낮춰 갑을 논쟁의 파고를 벗어나려 했다는 점이다. 이의 일환으로 서류상의 갑과 을의 표기를 없애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갑을 관계 개선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백화점의 노력의 결실 때문인지 백화점은 갑을 경쟁의 영향권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그러나 백화점이 개입된 갑을 경쟁은 종전을 고하기에는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일시적 대응전략이 아닌 장기적 측면에서의 정책 마련 및 시행이 요구된다.

5. 아웃도어브랜드의 무한 확장 “아웃도어 어디까지”
아웃도어가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빠르게 세분화를 시작해 장기 독주체제를 다져가고 있다. 아웃도어가 한풀 꺾이는 시점에서 지난해 도심형 아웃도어캐주얼이 등장해 올 상반기까지 이 같은 트렌드가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트래디셔널과 아웃도어, 밀리터리와 아웃도어 등 새로운 결합이 이뤄지면서 아웃도어의 무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웃도어가 등산의 한정된 범위를 탈피하면서 도심생활에서 어드벤처 활동에 이르기까지 영역 확장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아웃도어의 범위 확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디자인 및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형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돼있어 긴장감을 늦출 없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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