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창신동展 "봉제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본다"
입력 2013. 06.19. 14:00:37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창신동이요. 글쎄요. 신설동에 수십 년 살았지만 사실 창신동을 잘 몰라요. 그저 봉제공장이 모인 서울의 촌동네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MADE IN 창신동’전(展)에서 한 아주머니에게서 창신동에 관해 들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많은 사람에게 창신동은 이름과 위치조차 낯선 동네이다. 그러나 창신동은 조선 시대부터 대표적인 서민 거주지였다. 창신동 낙산은 일제 강점기에는 채석장으로 활용돼 조선총독부 건물의 몸통이 됐던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해방 후에도 판자촌이 형성되며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970년대에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이 대거 창신동으로 이전해 창신동 봉제업은 호황을 누리면서 많은 근로자의 집과 일터가 됐다.
당시에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매우 많아 이름 대신 서로 ‘○○미싱사 ○번 시다’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활발해진 노조활동과 대기업이 동대문 의류사업에 참여하는 등 시대적 변화로 창신동 봉제공장은 소규모 하청식으로 변화했고 그 규모 또한 예전보다 많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오늘날 창신동에는 여전히 3,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창신동은 대부분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간판도 없이 동대문 의류산업의 배후기지 역할을 해내는 봉제인들에게 소중한 거주지이자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여성 의류의 많은 비중이 창신동에서 주문·제작된다. 라벨에 ‘MADE IN KOREA’라 쓰이지만 ‘MADE IN 창신동’이라 읽어도 무방할 만큼 동대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당수 물량이 창신동표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의 상인과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고안하고 원단을 선정해 창신동 봉제공장에 제작을 의뢰한다. 봉제공장은 수주를 받고 동화시장에서 원단과 부자재를 공급받아 의류를 제작한다.
주로 패턴, 재단, 미싱 공정을 담당하며 주름잡기, 쌍침바늘작업, 구찌작업 등은 낱일 형태로 맡겨진다. 이렇게 1차 가공된 옷은 시아게 작업장으로 보내져 다림질, 단추달기 등 마무리 손질을 통해 최종 완성돼 동대문 도매시장으로 납품된다.
동대문 시장이 가장 빠르게 유행을 반영할 수 있는 이유는 동대문에 인접한 창신동에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뢰한 옷이 하루 만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창신동에 거주하는 봉제인들의 하루는 이른 아침 동대문 시장의 주문전화로 시작해 늦은 밤 완성된 옷을 시아게 공장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시아게 작업장은 늦은 오후에 시작돼 1차 가공품이 도착하면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이러한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져 동대문 시장에 납품하는 것으로 끝난다.
과거 봉제업이 성황을 이뤘던 시기에 창신동 봉제 인구의 40%가 18세 이하였다. 젊었을 때 조수로 일했던 이들이 오늘날에는 어엿한 봉제공장의 사장님들이 돼서 지금은 동대문 의류시장을 이끄는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오늘날 창신동 봉제인의 40% 이상은 40세 이상이다. 이는 한 세대가 지난 후 창신동에서 봉제공장이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또한 7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봉제산업의 소외와 세대 간 단절 또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대가 변해 산업이 다양해진 탓도 있지만, 현재 의류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디자이너가 돼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을 꿈꿀 뿐 조명을 비춰주는 스태프는 그들의 미래와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봉제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진 분위기다. 중국의류 수입급증,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내 봉제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판단에 각 정부기관과 단체는 봉제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봉제산업 보호 정책과 더불어 뉴타운 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봉제박물관을 건립을 추진하는 등 창신동 일대를 산업 관광화할 계획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시계가 멈춰 버린 듯 발전되지 않은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창신동. 동대문 의류 시장의 배후 생산기지이자 보이지 않는 손을 꿋꿋이 자처해 온 창신동과 봉제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각종 정책은 그 역사성과 더불어 의류산업 기반 공고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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