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모델 투톱체제 ‘한 명으로는 부족해?’
- 입력 2013. 06.19. 14:48:18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하나의 얼굴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뷰티업계에서 2명 이상의 모델을 고용하는 이른바 ‘투톱 체제’가 대세다.
매장에 가면 낯익은 연예인이 단 1명이 아닌 2명 이상이 함께한다. 간판을 봐도 정면이 다르고 측면의 모델 얼굴이 다르다. 어떤 곳은 상권을 고려해 주요 소비자층에 따라 매장별로 모델을 달리하기도 한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브랜드숍이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층과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모델을 선정한다. 저렴한 가격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자 해외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숍은 국내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과 해외 관광객에서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기용한다.
과거에는 모델과 해외 모델을 따로 선정하는 전략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국내와 해외에서 같도록 애초부터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모델을 선정해 높은 광고 효과를 내고자 한다.
또한 그루밍족 시대에 남자 모델은 필수인 시대가 되자 투톱 중 한 명은 남자 아이돌이나 남자 배우를 기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남성 라인의 화장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여심을 사로잡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숍은 1명은 여자, 1명은 남자로 모델을 선정하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5~6명이 넘는 남성 그룹멤버 모두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한다.
김희애와 임수정은 현재 한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이 브랜드가 투톱 체제를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폭넓은 타깃’ 확보 때문. 기존의 안티에이징을 강조한 브랜드는 중장년층 모델로 김희애를 선택, 투명하고 화사한 피부가 돋보이는 임수정을 통해 30대 젊은 여성을 사로잡으려는 의도다.
2004년부터 S 브랜드 모델로 시작한 김희애는 올해로 모델 10차가 됐다. 2008년 기용된 임수정은 김희애와 또 다른 이미지로 브랜드의 얼굴이 됐다. 단발 계약으로 그동안 이연희, 윤승아, 정유미 등을 기용했으며 이를 통해 더 젊은 20대 타깃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품군별로 홍보하기 위해 두 명의 모델을 쓰는 때도 있다. T브랜드의 경우 아이돌 걸그룹 멤버 2명을 고용한 것. 서현과 수지는 각각 CC크림과 수분크림을 광고하고 있다.
한편 이런 투톱체제를 두고 일부 브랜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뷰티업계는 지난 몇 년간 모델 가뭄으로 불릴 만큼 화장품 모델로 내세울만한 연예인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브랜드에서 인지도 높은 연예인을 고가의 모델료로 독식하게 되자 정작 타 브랜드에서는 모델로 기용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톱에 이어 쓰리톱체제로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모두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렇게 여러 명의 모델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는 부분도 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이 조금이 흐려져 가고 있다는 점에 업계에서는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관계자는 여러 모델로 인해 화장품 품질과 매장 서비스가 아닌 단순히 모델에만 의존하는 경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여러 모델 선정으로 인한 광고비로 인해 화장품 가격대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해당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