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저가 상권, 낙인인가 특화인가” [지역상권 현주소①]
- 입력 2013. 06.20. 11:49:25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이 지난해 6월 28일 리뉴얼 오픈한 이후 1년여가 지난 현재, 지하상권의 구심점으로써 공감할만한 변화를 끌어냈을까.
만원상가로 불릴 정도로 소모품처럼 옷과 액세서리를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상권 중 하나인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고투몰로 리뉴얼되면서 큰 축을 형성했던 일부 조화를 제외한 화훼 매장이 모두 빠져나가고 패션상권으로 더욱 정예화됐다.그러나 패션상가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리뉴얼 이후에도 만원상가라는 수식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저가라는 특화된 이미지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평일 낮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몇몇 인테리어 매장은 외국인이 운영하는 듯 이국적인 색채로 눈길을 끈다.
현재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이례적으로 민간위탁경영을 시행하고 있는데, 1, 2, 3구역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출범한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대표 이승헌 소옥희 정귀연)이 고투몰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은 상인이 출원한 자금으로 리뉴얼을 시행, 냉난방시설을 강화하고 LED로 조명을 교체해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시적 환경을 개선했다. 또한 전기시설과 입구 캐노피 등 그 동안 문제시돼온 안전을 강화했다.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관계자는 “리뉴얼하면서 안전문제 개선 외에도 브랜드 유치 등과 같은 이런 저런 변화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의 의견이 엇갈려 쉽지 않았다”면서 “그렇다고 그런 시도들을 포기했다기보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도 이런 제의들이 들어오고 있으나 이런 매장의 경우 몇 개 상점을 터야 하는 만큼 의견 합일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잠실역, 영등포역과 함께 서울시설관리공단의 관리 감독하에 있는 지하상가 중 매출 규모가 큰 3대 지하상가 중 하나이다.
지하상가는 영세 상인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운영되고 있어 서울시내 지하상가를 통틀어 1인 1점포를 원칙으로 하며, 1년 단위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10년의 영업 활동을 보장해준다. 또한 임차인이 권리를 양도하거나 재 임차하는 등의 행위는 불가함이 계약서 상에 명시돼있다는 것.
그러나 실질적으로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부동산에서 고액의 권리금을 받고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투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하상가 내 4~5평 정도의 점포 하나에 서울시관리공단의 공식적인 대부료 즉 1년 사용료는 3천 만원 정도 수준이며, 이는 지난해 리뉴얼 오픈 시점에서 9% 인상된 금액이다.
이 소규모 상점이 실질적 주인이 없이 임차인만 있는 상황임에도 아파트 한 채 가격에 준하는 권리금이 오간다면서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직접 장사를 하기보다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계약서상 허용되지 않는 재 임차를 주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행위가 아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작 상권으로서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의 연계와 서울시에서 부유층 밀집지역인 반포라는 입지적 우위요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패션계의 시각이다.
강남고속터미널이 전국 망으로 연결되는 교통편의성에 의해 남대문, 동대문과 함께 서울 3대 도매상가로 군림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동대문이 전국 도매의 대부분을 점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가로 돌아섰다. 이 같은 역사에 기인한 탓인지 강남 핵심 요충지에 위치했다는 점이 의아할 정도로 초저가 상권으로 인식돼있다.
패션계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강남을 상징하는 명품 백화점으로 빠르게 안착했다. 신세계백화점이 강남고속터미널에 지점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서울역에 있는 백화점처럼 백화점도 아닌 상가도 아닌 정체성 없는 유통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였다. 당시에는 고속터미널이나 지하상가 모두 시간의 흐름을 비껴간 듯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에 더했다. 더욱이 신세계 백화점은 고급스러움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는 유통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패션계는 신세계백화점이 본연의 색채를 버리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유통이 되든 아니면 강남고속터미널을 포함한 지하상가가 신세계의 영향을 받든 둘 중에 하나일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치 않게 신세계백화점과 지하상가가 분리된 상권으로 각각 고가와 저가의 상징 유통으로 반포 지역 내에서 대립도 연합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서 공존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지하상가를 포괄하는 상권으로서 반포는 패션계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인식돼있다. 일단 신세계백화점 지하 문을 열고 나가면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편의성을 상실하고 지하상가로 진입하면 동대문도 그렇다고 쇼핑몰도 아닌 상가가 펼쳐진다.
지하상가의 유동객은 리뉴얼 전과 대비해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증가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매출은 리뉴얼 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이는 리뉴얼의 여파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경기불황이 원인으로 리뉴얼 이후 내점객의 반응이 좋아 매출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고투몰 측은 전망했다.
그러나 상권이 저가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화 되는 것은 쉬이 보아 넘길 사안은 아니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권의 기본 요소는 편의, 가치, 만족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치 이하라면 해당 지역이나 건물은 상권으로서 대외적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가 상인들의 연합 법인인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을 출범하고 환경 개선을 통해 1차 진화를 했던 것처럼 이제는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2차 진화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