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용량 화장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출시하나
- 입력 2013. 06.21. 14:26:42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불황에는 아무리 인기 높은 화장품 브랜드라고 떨어지는 매출 앞에서는 속수무책 답이 없다.
이에 브랜드에서는 소비자들이 실속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간장녀’들을 타깃으로 대용량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겠습니다”, 혹은 “용량대비 가격이 합리적입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어떤 제품은 부피만 커진 대용량을 두고 ‘한정판’, ‘리미티드’라고 말하며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해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브랜드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러인 아이템만을 대용량을 내놓은 것이다. 또 다른 경우에는 아예 대용량으로 원사이즈 제품만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용량’ 화장품은 내용물도 패키지 디자인도 그대로인 제품을 마치 특별하다는 듯이 선전하고 있는 것. 물론 가격적인 면에서 약간의 저렴함도 있지만 사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한 소비자는 “대용량 화장품은 패션으로 따지만 사이즈가 큰 옷, 주머니가 큰 옷 정도 아닌가. 물론 옷과 달리 화장품은 소비해야 하는 일정한 양이 정해져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사도록 하는 마트의 1+1 우유와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유인 즉 화장품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대용량을 사용하다 보면 오래 사용하기 마련인데 일부 제품은 유통기한 내에 다 쓰지 못할 만큼 양이 많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테스터를 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 부작용이 일어났을 때 교환이 어려워 대용량이 오히려 버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약간의 추가 비용을 더해 가격대비 많은 용량의 제품을 사라고 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절약을 위해 제시하는 듯 하지만 결국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웃지 못 할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샤넬에서는 한 병에 850ML 용량인 4200달러(약 465만원)의 한정판 향수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평균 1년 향수 소비용량과 비교했을 때 약 8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향수를 개봉하면 2~3년 내로 향기가 변하기 때문에 그저 ‘장식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장용과 장식용이 아니라면 효율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용량 화장품은 도대체 어떤 소비자를 위해 출시되고 있는 것일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가 아니라면 과연 대용량 화장품이 나에게 절약되고, 효율적인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