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으로 권고되는 간편복장 “혁신인가 매너파괴인가”
입력 2013. 06.23. 14:58:05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패션은 파격이다’라는 말을 정부 측이 지나치게 신봉하는 것일까. 관공서에 쿨비즈룩 착용을 권고하면서 확산되는 간편복장이 법원에까지 이르는 등 직종별 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지나친 파격 권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론은 고정관념 탈피를 통한 사고의 혁신이냐, 전통의 붕괴냐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미덕으로 여기는 패션계까지 지나친 파격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어 간편복장에 대한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원전부품 비리로 촉발된 전력난 해소에 전 국민이 동참해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함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해당 범위가 최소한의 지적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지침서를 전달해 외부손님이나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등 제복을 입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평상시에 노타이, 반팔 와이셔츠 등 간편 복장을 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는 이외수에게 단발령을 내리고 정장을 입히는 것처럼 뭔가 시대착오적이며 일상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듯 작위적 느낌을 지울 수 없다. 007시리즈 역대 제임스 본드가 비밀요원으로서 프로패셔널함과 섹시 아이콘의 경계선을 잘 조율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몸을 돋보이게 하는 완벽하게 격식을 갖춰 입은 정장차림에 있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에게 굳이 예의범절을 갖춘 수트까지는 아니라도 오피스룩의 기본 선을 무너뜨리는 간편복장에 대한 권고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관공서를 방문한 민원인들은 남자 공무원들의 반바지 차림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는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편함일 수는 있지만 아직 스타일링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갑자기 권고되는 간편복장은 혼란을 줄 수 밖에 없다.
법원 행정처에 권고되고 있는 간편복장 권유를 따라야 한다면, 법원 직원들은 출퇴근 복장과 외부손님 및 공식행사 용 옷을 각각 사무실에 구비해놓고 일정마다 옷을 번갈아 입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최소한 8월 31일까지는 익숙해져야 한다.
노타이 차림 정도는 선택에 따라 스타일시하게 보이면서 유연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팔와이셔츠나 반바지 차림은 정장 매너에 어긋나는 차림으로 무게감 있는 직업이나 상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직업군에서는 경박해 보일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나마 몸매나 스타일이 좋은 사람의 경우는 스타일리시 가이라는 색다른 이미지로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극히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간편복장이 법원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극히 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젊은 법조인 사이에서는 간편복장의 확대 및 적극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갖춰 입은 복장이 상대적으로 타인에 대한 신뢰와 격식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패션계에서 무조건적인 파격은 오히려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진리이다. 과거 모 정치인이 운동화차림으로 국회에 들어갔을 때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이 아닌 매너를 외면한 도를 넘은 행동 때문이었다.
패션계는 T.P.O의 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 상황이 유연하게 결합돼야 하겠지만 전력난이 권고하는 간편복장이 전 방위적으로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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