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드라마틱 스펙시대` [스펙시대②-신진 디자이너]
- 입력 2013. 06.27. 09:05:47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디자이너도 스펙시대다.
스펙이란 2, 30대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위해 갖추는 일정한 요건으로 토익, 자격증, 학교 성적 등이 있다. 순수 예술과 상업성 그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의상 디자인 전공 학생들도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예술대학 학생들에게 ‘구직 활동’ 자체는 늘 어려움이 있어왔다. 선택할 수 있는 직무에 제한이 있으며 기업들은 상경계열 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문턱은 높고, 순수 국내파 학생들은 견문이 좁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성공 디자이너로 가는 왕도 '오디션 프로그램'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단박에 개인 브랜드를 가진 ‘신진 디자이너’로 등극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방법은 있다. 바로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과 역량을 드러내거나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보다 쉽고 빠르게 자신을 알릴 수 있으니 자신의 브랜드를 운용할 의향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법한 방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스펙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CJ E&M의 온스타일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이하 프런코)가 올스타전을 포함해 5번에 걸쳐 방송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들이 출연해 그들의 정체성이 드러난 의상을 선보이고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특이한 현상은 몇 몇의 디자이너는 방송이 되기 전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방송이 되는 시점부터는 거의 ‘준연예인’급으로 유명해진다. 그 이유는 방송국의 끊임없는 홍보도 있겠지만 디자이너 캐릭터 자체가 독특하거나, 개성 넘치는 외모나 스타일을 가졌거나, 유명한 셀럽과의 작업으로 소수의 마니아층을 통해 이미 유명했던 이들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의 독창적이고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디자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인지 현실적으로 따져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에 비춰진 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함이 분명해 지는 것이다.
그래도 해외파가 최고 스펙 보유자
아울러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이기에 출연한 이들의 출신 학교도 눈에 띈다. 국, 내외 다양한 학교 출신으로 구성돼 있지만 대체로 상위권 TOP3에 안착한 이들을 살펴보면 해외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프런코 시즌1의 우승자 디자이너 이우경은 뉴욕주립대학교 패션전문학교 학사, 시즌2 우승자 정고운은 파리 에스모드, 스튜디오 베르소 출신, 시즌4 김혜란은 파슨스디자인스쿨 학사, 프런코 올스타 우승자 황재근은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이다. 유일하게 시즌 3의 우승자 신주연만이 국내의 삼성 디자인 학교 SADI 출신으로 눈에 띈다.
아울러 해외 출신임에도 국내에서 선호하지 않는 분야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경우에는 국내 활동 전개가 힘든 편이다. 예를 들면 신발, 액세서리 등의 잡화 분야다. 디자이너라 함은 옷을 떠올리는 이들이 과반수이기 때문이다.
란제리 분야의 한 디자이너는 “해외에서 입지를 다졌음에도 국내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경우 기업에서의 러브콜을 받기 힘들뿐더러 국내에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신진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이 충분하게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지원은 스펙보다 선점이 관건
이처럼 신진 디자이너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이들은 본인의 디자인 역량을 최대한으로 펼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중구 신당동에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50여 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입주 중이며 6개월마다 일정 평가를 통해 최장 24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 상, 하반기 두 번에 나누어 디자이너 입주 신청을 받는다고 되어있지만 실상은 스튜디오의 자리가 비어야 들어갈 수 있다.
기업과 디자이너의 시너지 스펙
그 밖에 D그룹의 패션 전문점 D는 CEO형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매년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엠비씨에브리원의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탑 디자이너(Top Designer)'와 함께 해 혼자서 창업이 힘든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위권에 랭크된 이들은 패션 전문점 D에 개인 브랜드 입점 기회를 얻거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서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을 알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오래 살아 남아 우승을 차지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알리려면 방송국이 원하는 ‘감동 스토리’,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트렌디함’을 또 다른 스펙으로 준비 해야 하는 더욱 혹독한 상황에 놓여진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온스타일, 엠비씨에브리원 방송화면 캡처, 두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