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쇼핑 “자극적 소비 충동에 빠지다” [트렌드 업 앤 다운②]
입력 2013. 06.27. 16:29:10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숨이 끊어질 듯한 극한의 경험은 자극적인 흥분을 고조시킨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괴성, 놀이기구에서 몸 전체가 공중으로 던져진다고 느끼는 순간 멈춘 심장. 이런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 느끼는 안도감과 함께 몸 전체에 퍼지는 1~2초가량의 흥분은 마치 마약처럼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은 자국을 남긴다.
번지점프와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됐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공포와 동일한 정도의 흥분상태를 유발하는 번지쇼핑(Bungee Shopping)이 소비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번지쇼핑은 불황의 특징적 소비유형의 하나로서 재정상태와 무관하게 고가 소비에 탐닉하며 소비를 통한 자극과 흥분에 집착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이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현실에 충실한 쾌락의 탐닉으로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재정 수준을 넘어서는 구매를 통한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흥분상태의 노출은 충동조절장애라는 문제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심리적 욕구 충족을 위한 자극적 소비는 20~30대에 집중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저가 수입차 열풍은 자극적 소비 즉 번지쇼핑의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2~3천만 원대 수입차는 실 구매액이 한국 중형차에 준하는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싸다는 심리가 반영돼 폭발적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총 3달간 4,000만원 이하 수입차의 판매 비율이 21.1%로 집계됐다. 이는 수입차 구매연령대가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40대 이하 소비층의 구매율이 늘어난 것과 연관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명품 소비 역시 이와 유사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해외명품매출은 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전년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명품 부문이 이전처럼 매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 관광객 감소 등 쇼핑관광객에 의한 매출이 주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는 것이 패션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현대홈쇼핑은 4월 말, 명품잡화 ‘클럽노블레스’ 프로그램을 통해 6일간 ‘럭셔리위크’ 이벤트를 통해 총 60억여 원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명품 소비가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확대되는 최근의 경향은 젊은 층의 명품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의 하나로 설명되고 있다.
이처럼 고가 품목 소비 추세는 젊은 층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1883년, 에밀 졸라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서 정점이 없이 치닫는 소비 속성에 대해 묘사한 부분은 자극적 소비가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백화점은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 신도들이 점차 빠져나간 교회 대신, 비어 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며, 아름다움의 신이 존재하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육체에 대한 숭배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곳이었다. 그가 백화점 문을 닫는다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충동조절장애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동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긴장감이나 각성 상태가 고조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충동을 억제하면 할수록 정신적 긴장이 더 커지므로 일단 실행하고 나면 쾌감이나 만족감, 긴장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 이 같은 충동적 행동은 자아동조적이며, 실행한 뒤에는 자책감이나 후회, 죄책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번지쇼핑 역시 이와 유사한 쾌감과 이어지는 죄책감으로 소비 뒤에 오는 심각한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다.
자극적 소비로서 번지쇼핑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불황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번지쇼핑의 끝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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