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 명을 웃기고 울린’ 상반기 스크린 속 男 패션
- 입력 2013. 06.28. 12:06:45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한국 영화계는 상반기에만 관객 1억 명을 사로잡았다. 작품성, 흥행도 등 여러 가지 비결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13년 상반기에는 배역을 한층 맛깔스럽게 살려주는 남자 배우들의 패션이 돋보였다.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 ‘바보 아빠’ 류승룡부터 햇살 같은 미소가 매력적인 ‘바보 간첩’ 김수현까지 살짝 모자란 그들의 패션은 단번에 관객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깔맞춤’ 운동복과 재활용함에서 건진 듯한 여대생의 과 잠바까지 등장한 것이다.특히 액션영화의 패션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목에는 금목걸이, 몸에는 거대한 용이 춤추는 조폭의 모습은 싹 사라진 채 댄디룩의 건달들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영화 ‘베를린’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은 검은 머리 배우들까지 등장해 여성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었다.
그 어느 때보다 영화 속 패션이 돋보였던 2013년 상반기, 베스트패션을 돌아본다.
영화 ‘최종병기 활’, ‘광해’ 등에서 씬 스틸러로 떠올랐던 배우 류승룡은 2013년 마침내 주연의 시대를 열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에서 나사 하나 빠진 ‘바보 이용구’로 빙의하면서 부터다. 평소 수트 패션으로 중년 패셔니스타 반열에 오른 류승룡은 더 이상 없었다.
그는 덥수룩한 바가지머리와 상반되는 이화여대 무용과 97학번 과잠바를 입었다. 게다가 바짓단을 말아 올린 구제 청바지 때문에 유난히 돋보이는 빵 모양 구두까지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다. 누구나 쉽게 주인공이 바보라는 것을 눈치채게 만드는 영민한 스타일링이었다.
최근 인기 고공행진 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초록빛 꽃미남이 여성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바보 김수현의 원 컬러 트레이닝 복 때문이다. 김수현의 몸에 맞춰 제작된 옷은 180cm의 훤칠한 그를 맵시 있는 바보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는 초록색 운동복 3벌로 영화 한 편을 끝내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몸소 입증했다.
영화 ‘신세계’는 그야말로 건달 스타일의 신세계였다. 이 범죄영화는 그동안 조직폭력배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었던 이른바 ‘깍두기 머리’와 용 문신, 금목걸이를 과감하게 버렸다. 특히 극 중 잠복경찰 역의 이정재는 클래식한 수트로 지적인 건달을 대변했다.
당시 의상을 담당한 조상경은 “그레이 톤의 양복만 120벌, 타 영화보다 4배 이상의 의상을 제작했다”며 “모두 클래식 수트였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덕분에 고퀄리티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전했다.
영화 ‘베를린’에서는 광장시장 표 트렌치코트까지 등장했다. 2만 원짜리 잿빛 트렌치코트를 착용한 한석규는 영화 ‘쉬리’ 이후 오랜만에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액션 영화계에 귀환했다. 홍콩 느와르의 전설 주윤발도 영화 ‘영웅본색’에서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기도 했지만, 군복에서 착안한 트렌치코트가 거친 연기를 보여주기에 제격이었다.
반면 하정우가 입었던 구겨진 재킷은 비밀스럽고 강인한 북한 최고 요원의 카리스마를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는 평을 얻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베를린’, ‘7번 방의 선물’, ‘신세계’,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