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못지 않은 운동화 마니아, 취미를 넘어선 집착[10대의 문제적 소비⑧]
입력 2013. 07.01. 14:41:51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1990년대는 농구의 전성기였다. 만화 ‘슬램덩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과 함께 NBA, 농구대잔치에 많은 청소년들은 열광했다. 농구 열풍은 자연스레 농구화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당시 농구 선수들이 신는 농구화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값비싼 농구화를 여러 켤레 소유한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교내에서 농구화 도난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20여 년이 지난 요즘에도 농구화를 비롯한 운동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여전히 유별나다. 지난달 한 온라인 쇼핑몰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운동화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응답자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가운데서도 운동화를 수집하는 비율은 21%에 육박했다. 운동화 수집하는 사람들 가운데 다섯 켤레 이상이 50%에 가까웠고, 10켤레 이상도 25%에 달했다.
대부분 독특한 색상과 스타일 운동화가 수집 대상이 된다. N사, A사 등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사와 A사에서 출시되는 운동 선수 이름을 딴 몇몇 시리즈 운동화는 희귀 품목으로 선정돼 중고 사이트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
같은 제품을 색상별로 모두 구매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운동화에 눈을 뜬 열혈 10대들이 선착순이나 추첨제로 판매되는 한정판 운동화를 사려고 발매 전날 노숙이나 캠핑을 감행하는 것도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중, 고등학교 때는 교복을 입기 때문에 유일하게 나를 차별화하고 돋보이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운동화다. 처음에 하나둘 사다 보니 운동화가 십여 켤레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그때부터 운동화를 수집하던 버릇이 생겨 지금도 수집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부모님 돈으로 샀지만 지금은 알바를 통해 번 돈을 운동화 사는 데 쓴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강모 양(19)은 "A사 신발을 좋아해서 한 브랜드 운동화만 열 켤레 정도 된다. 최근에는 캔버스화를 색깔별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축구의 인기와 함께 선수용 축구화를 광적으로 구매하는 남학생들도 늘고 있다. 또한 수시로 축구화를 바꾸며 축구화를 수집의 대상에 올리기도 한다.
4~5만원대의 보급형 축구화로 시작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전문 축구화를 서슴없이 구매하는 학생들도 많으며, 이러한 것들은 과시 용품의 하나로 여겨진다. 축구 실력은 없어도 좋은 축구화를 신는다면 또래들로부터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최모 군(17)은 "학교 친구들이 축구는 못해도 축구화만큼은 다들 좋은 것을 신고 다닌다. 한두 켤레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보통 해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동화는 청소년들이 가장 애착을 보이는 품목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와 같은 운동화를 신음으로써 그들과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연예인들과 같은 신발을 신음으로써 그들처럼 멋있고 예뻐진다는 믿음을 가진다.
교복 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값비싼 운동화로 또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는 것도 청소년들이 운동화에 집착하는 이유다. 또 10대 취미 생활의 부재와 그에 따른 욕구 불만의 해소로 이러한 취미를 넘어선 집착에 가까운 수집 소비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원리로 10대 남자 청소년들은 운동화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패션, IT 분야에서도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순수한 수집, 취미로써가 아닌 10대들이 자기 과시, 불만 해소를 물건에 투영하는 집착적인 소비 문화가 만연한 것에 대해 10대들에게 비난을 보내기 이전에, 10대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욕망을 드러낼 기회를 주지 않은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볼 문제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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