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극과 극 패션, 남자는 벗고 여자는 입고 “왜?” [스타일 돌직구]
- 입력 2013. 07.07. 12:31:16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진정한 패션니스타의 계절, 여름이다.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경쾌함을 더하는 리얼웨이 룩과 더위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패션교 숭배자들의 개성넘치는 스타일까지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온갖 패션들이 거리에 넘쳐난다.한때 여름은 패션의 암흑기였다. 여자들은 여름에도 목까지 단추를 채운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고 수녀의 길을 자처한 듯 행동했다. 어쩌다 거리에서 가슴이나 어깨를 노출한 여성을 발견하면 마치 나병환자를 보듯 흘끗거리며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런닝 패션으로 음식점에 좌정하고 앉아 물수건으로 온 몸을 훔치며 음식점을 목욕탕으로 변신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여자는 유교주의에 충실한 양가집 규수 스타일을, 남자는 천민 욕구를 분출하는 듯한 머슴형 노출패션으로 여름을 패션 테러리스트들의 계절로 만들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여자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규정을 적용해왔다. 이슬람교도 여자들처럼 히잡만 쓰지 않았을 뿐 그보다 더한 사회적 규제를 받았다. 오히려 남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 자유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거리패션은 불과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남자들은 완벽하게 갖춰 입은 수트를, 여자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대비를 이룬다.
이에 대해 한 패션전문가는 “남자들은 격식을 갖춘 수트를 입었을 때 가장 스타일리시해보인다. 그러나 여자들은 격식보다 개성이 드러날 때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남자들이 노타이, 비즈니스 캐주얼, 여기에 최근에는 쿨비즈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반바지까지 허용함에도 클래식 수트가 계절불문 꾸준히 선호되는 것은 이 같은 사회적 시각에 기인한다. 아무리 편한 룩을 관장해도 재킷이나 긴팔셔츠를 포기하지 못한다.
반면, 여자들은 교사와 같은 극히 몇몇 직업을 제외하면 노출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클라라나 강예빈같은 이해불가 노출패션만 아니라면 이제 사무실에서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간 팬츠를 입어도 상사의 신경질적이거나 야릇한 눈초리를 받지 않는다.
한 기업 임원은 “길거리에서 여성들의 노출패션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보다는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때로는 생동감 넘치는 여성들의 패션이 잠시 불황을 잊게 하기도 한다”라고 말해 노출이 무조건 질책 받던 시대가 지났음을 확인케 했다.
이 같은 현상을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역할 변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사회적 성과가 높아지면서 여자들은 과거 남자들이 머슴형 노출패션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던 것처럼 여자들 역시 자유분방한 패션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여성들은 자신이 개방형 사고를 가졌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패션이라는 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반면 남성들은 사회 속에서 역할이 과거에 비해 축소되면서 복장을 통해서라도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기재가 작용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를 입증하듯 남성복 관계자들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일반적이었던 신사정장이 사회적 분위기로 잠시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판매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컬러나 스타일에서 과감한 것을 선호하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격식을 갖춘 수트가 의외로 꾸준히 수요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매출 암흑기로 여겨졌던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패션업자들의 표정까지 밝게하고 있다. 티셔츠나 원피스 같은 제한된 아이템 밖에 팔리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여름은 오피스룩에서 레저까지 확장된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 매출로 활기를 띤다. 따라서 봄과 여름으로 이어지는 상반기 매출이 연 매출실적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정도로 중요한 계절이 되기도 했다. 특히 남성복의 경우 드라마틱한 성장은 이 같은 계절적 사회적 변화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성들의 격식을 차린 패션과 여성들의 자유 의지 충만한 패션이 다소 강박증적 성향을 띠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성장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이 같은 변화가 패션소비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MK패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