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F/W 오트쿠튀르 패션위크, 돌아온 ‘느림의 미학’
입력 2013. 07.08. 16:55:52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한동안 침체돼 있던 파리 오트쿠튀르 패션위크가 부활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3 F/W 오트쿠튀르 패션위크는 이제 백발이 된 거장들의 활약과 오랜만에 컴백한 디자이너들의 반가운 컬렉션으로 빛났다.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의 웅장한 패션쇼부터 신진 디자이너의 패기 넘치는 드레스까지 이번 오트쿠튀르 컬렉션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거장의 품격을 알리다
칼 라거펠트는 우리나라였다면 팔순잔치를 했을 법한 나이지만 오트쿠튀르계에서 여전히 건재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한 건축물 그랑팔레를 오래된 건물처럼 개조해 쇼장을 꾸몄다.
압도적인 크기로 웅장한 느낌을 주는 런웨이에 총 67벌의 착장을 선보인 그는 그 어떤 젊은 디자이너보다 큰 열정을 보여줬다.
그는 샤넬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이 녹아 있는 트위드 재킷과 블랙 드레스 등에 신소재를 가미해 변화를 꾀했다. 특히 모델이 워킹할 때마다 반짝이는 메탈릭 실버 드레스는 미래의 도시를 표현한 런웨이 뒷배경과 잘 어울렸으며, 피날레를 장식한 에린 왓슨의 웨딩 드레스 역시 칼 라거펠트식 미래의 신부를 보는 듯했다.

패스트 패션과 기성복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파리 오트쿠튀르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레오파드 프린트로 꾸민 모델들은 야성미가 넘쳤으며, 피날레에 등장한 프랑스 TV 스타 나빌라 베나티아는 파리 에펠탑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과 가슴을 강조한 블랙 드레스로 쇼의 활기를 더했다. 이와 함께 나타난 장 폴 고티에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천재 디자이너’의 입지를 굳혔다.

▲반가운 얼굴들
오트쿠튀르계의 전설과 장인이 만났다. 1920년대 초현실주의 패션과 ‘쇼킹핑크’의 창시자 엘자 스키아파렐리를 2009년 부도 후 패션위크에서 볼 수 없었던 크리스찬 라크르와가 부활시켜 화제가 됐다.
지난 5년 간 경기 침체로 프리랜서 활동을 해야 했던 크리스찬 라크르와가 전설적인 쿠튀리에 스키아파렐리의 수석디자이너로 발탁돼 첫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과거의 쇼킹 핑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특유의 섬세한 비딩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돋보이는 의상을 대거 소개해 건재함을 알렸다.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 듀오 빅터 앤 롤프가 13년만의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와 동시에 데뷔 20주년을 맞기도 한 그들에게 이번 2013 F/W 오트쿠튀르 컬렉션은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5분간의 엄숙한 기도 후 쇼를 시작한 빅터 앤 롤프는 오직 ‘블랙’이라는 한 가지 컬러만을 이용해 형태와 디자인에만 중점을 둔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들은 워킹을 마치고 돌아온 모델의 옷을 마치 조립 하듯 이어 붙여 하나의 룩으로 만들었다. 총 20벌의 의상을 연결해 21번째 의상을 완성한 것이다. 이들이 13년만에 선보인 쿠튀르 의상은 초현실주의적이며 컨셉슈얼했다.

▲중국 디자이너들의 활약
이번 파리 오트쿠튀르 패션위크에서 유난히 중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오트쿠튀르가 파리까지 진출한 것으로 보이며, 로렌스 쉬와 이낑 인 등의 디자이너들이 대표로 나섰다.
중국 경극 여장 남자배우 리위강의 댄스 퍼포먼스로 쇼 오프닝을 알린 로렌스 쉬는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레이스 소재 드레스와 동양적인 전통 문양을 수놓은 실크 드레스를 선보였다.
2009년 파리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실력파 신인 이낑 인은 바닷 속 산호를 연상시키는 오브제와 벌키한 짜임의 니트 소재를 사용해 초현실적인 드레스를 완성했다. 그는 웨어러블하기보다는 콘셉트에 충실한 쿠튀르 의상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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