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만 동동?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컬러를 사용하는 광고들
- 입력 2013. 07.11. 09:16:55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예쁜 모델 얼굴에 무슨 짓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화장품 광고가 종종 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만이 한다는 화장품 광고 모델인만큼 최고의 비용을 지불하고 최고의 미녀를 고용하면서 그 기대치에 맞지 않는 비주얼을 선보이는 것. 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의 무능력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했다.하지만 아쉬운 비주얼 속에는 브랜드의 숨은 마케팅 의미가 들어있다. 화장품 광고에서는 모델의 아름다운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모델보다 제품 자체가 돋보여야 한다. 모델과 잘 어울리는 컬러는 그 색을 모델이 흡수하기 때문에 제품이 돋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컬러를 사용해 예쁜 모델의 얼굴 위에서 그 컬러가 더욱 튀도록 만드는 것이다.
산다라박의 오렌지 메이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산다라박은 오렌지보다는 핑크, 비비드보다는 내추럴한 톤이 잘 받는 피부톤이다. 그런데 한 광고 비주얼에서 선명한 오렌지 컬러로 눈, 볼, 입술을 모두 물들여 얼굴 위에 컬러가 동동 뜨는 느낌을 연출했다. 이 광고는 ‘산다라박을 저렇게 만들다니’라는 비판을 들은데 반해 제품에 대한 반응과 매출은 매우 좋았다.
이 제품을 구입한 장지예(29)씨는 “광고를 보자마자 '이상하다'고 생각한 동시에 선명한 컬러에 눈이 갔고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구입 이유를 말했다. 오렌지 외에도 산다라박의 이 브랜드의 메이크업을 보면 전부 컬러가 미묘하게 그녀와 어울리지 않고 겉도는 것을 알 수 있다. 컬러 강조가 필요없는 베이스 메이크업, 스킨케어 라인의 광고에서는 모델과 잘 어우러지는 컬러감을 사용한 것에서 의도적이라는 것이 더욱 확실해진다.
둘의 메이크업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던 설리의 맑은 피부톤과 따로 노는 음영 메이크업과 비비드한 컬러가 잘 어울리는 빅토리아의 웜톤 메이크업도 사실 이와 같은 맥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피부에 잘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와 반대되는 개념의 어퍼지트 컬러의 활용은 런웨이 위 모델들에게도 자주 발견된다. 이때 모델은 자신이 입은 옷과 메이크업을 돋보이게 하고 이를 잘 소화하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에 콘셉트에 충실해 자신의 아름다움은 잠시 뒤로 미뤄둔다. 블랙 혹은 네온 컬러 립스틱 같은 조화,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과감한 메이크업이 그 예다.
광고나 컬렉션이 아닌데도 의도치 않게 비슷한 효과로 상품을 팔아준 스타도 있다. 윤은혜는 드라마에서 피부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핫 핑크 립스틱을 줄곧 바르고 나와 ‘입술밖에 안 보인다’, ‘메이크업 바꿔야할 듯’ 등 네티즌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이 립스틱은 윤은혜 효과로 완판이 됐다.
김남주도 한 드라마에서 자신의 피부톤을 창백하고 칙칙해 보이게 만드는 페일 핑크 립스틱을 꾸준히 바르고 나왔는데, 이 립스틱은 제품 넘버까지 김남주와 지금까지 회자되는 등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티브이데일리, 에뛰드 하우스 제공, AP 뉴시스, KBS,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