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 중소기업의 실적 저조 원인은 ‘혁신의 부재?’ [중·소형 패션기업의 위기]
- 입력 2013. 07.16. 08:47:48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패션계가 저성장 구조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혁신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패션계는 대기업 중심 체제를 이어오면서 혁신의 기회를 놓쳐 최근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기술개발 생산 마케팅 등 분야에서 혁신 추진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48.7%가 ‘없다’라고 답해 과반수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혁신 활동 수준에 대해서는 59.1%가 ‘보통’이라고 답해 성장기회를 포착할 만큼의 투자나 변화를 주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계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 여력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혁신보다는 생존조차 힘든 현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혁신활동은 기술개발(37.2%), 생산(37%), 마케팅 및 유통(12.5%) 등에서 추진됐으며,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야는 기술개발(40.9%), 생산(37.7%)을 꼽았다.
패션기업만이 아닌 전 부문에 걸친 조사이지만 패션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불황으로 치닫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마케팅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졌다. 또한 이 시기에 거대 외형을 가진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생산과 유통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에 중점을 둔 사업추진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최근에는 기술개발 즉 디자인 가치 제고로 전환되고 있다. 생산 비용 축소를 통한 효율 제고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사안이지만 한동안 저가제품에 집중하면서 축소돼온 디자인 가치 제고는 가장 절실한 과제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인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디자인 인프라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역시 혁신활동의 어려움으로 전문 인력 확보(33.3%), 자금부족(23.0%), 노하우 및 정보부족(22.3%), 임직원의 인식 부족(21.4%) 등을 꼽아 인력확보의 어려움과 자금 부족은 전 중소기업의 문제점임을 시사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가진 디렉터들은 중소기업 이직을 고려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디렉터들이 대기업을 나오고 난 후에도 해소되지 않는다.
한 디렉터는 모 대기업에서 핵심 브랜드를 맡아 디렉팅하면서 틀에 박힌 디자인을 혁신하며 변화를 끌어내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브랜드 매출이 감소하는 등 여타 상황으로 인해 퇴사한 이후 몇 년이 지났음에도 회사를 결정하지 못한 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디렉터에 따르면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수용할 만큼의 연봉을 줄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렇다고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갈 수도 없어 결국 자의반 타의반 프리랜서를 택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 중심체제로 흐르는 몇 년 동안 부동산 임대료가 급등하고 전문 인력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해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중소기업의 혁신 부재는 부정하기 힘든 심각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불황과 그에 따른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초래한 것임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혁신 부재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렇다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혁신을 추진할 만큼의 여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해 중소기업의 답답함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