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이 만든 거대 공룡의 부당행위 “토니모리는 도대체 왜?” [화장품 갑의 횡포⑨]
- 입력 2013. 07.17. 17:29:04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21세기 진입 초기 급속도로 팽창한 중저가 남성복 및 캐주얼브랜드들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외형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성장은 불과 10년이 안돼 심각한 비효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정리되는 수순을 겪었다.한동안 굴지의 성장을 이어가다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예신퍼슨스가 대표적 사례로, 캐주얼 부문의 대기업으로 불리며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나치게 확장된 매장수로 인해 점당 매출과 효율이 떨어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행한 여러 방안이 회사 내실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회사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
최근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쟁적 출점과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외형으로의 성장은 중저가 남성복 및 캐주얼 기업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참여연대 최인숙 간사의 지적대로 최근 화장품브랜드들의 불공정행위는 단기간 성장에 원인이 있다. 뒤늦게 출범했다고 하는 토니모리의 외형이 현재 총 450여개점이며, 지난해 연매출액은 금융결제원 기준 1,200억 원이다.
최근 서울메트로와의 법정 공방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미샤, 어퓨 전개업체 에이블씨엔씨는 현재 총 700여 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630여 개점에서 총 4천5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저가화장품 브랜드는 상한선이 없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패션 및 뷰티뿐 아니라 소비재 업계까지 경이로운 외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저가 패션기업이 거친 과정 그대로 과당 출점에 따른 점당 매출 부진 및 비효율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중저가화장품은 동네 상권까지 경쟁적 출점이 이어져 주민수 대 브랜드가 일대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다 출점돼있다. 문제는 이렇게 과다 출점된 매장수로 인해 감소되는 점당 매출을 올리기 위해 365일 세일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의 비정상적인 세일기간과 밀어내기 출고로 보이지 않게 적정 외형을 강요하는 분위기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전화 연결을 통해 여천점 가맹점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알다시피 1만원 안팎이다. 여천점 정도의 규모에서는 출고 요구시 상품당 개수가 10개를 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상황에서 2차례 상품을 출고하지 않는 것이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저가제품으로 인한 저마진, 과다 출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중저가 화장품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가맹점을 늘려야 하는 화장품 가맹본부들은 무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외형을 키우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이 같은 외형확장이 초래하는 매출 감소 및 효율 부진은 문제삼지 않고 가맹본부가 내거는 조건들을 마치 가맹점주를 위한 배려인양 행동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토니모리 관계자가 밝힌 여천점으로 불거진 고객정보 도용은 이같은 상황이 초래한 화장품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보이지 않는 경쟁의 심각성을 설명한다.
여천점 가맹점주가 몇몇 소비자들의 정보를 도용해 포인트 카드를 만든 후 쌓인 포인트 점수로 상품 미수금을 결제했다는 것이 토니모리 측의 설명이다. 토니모리는 포인트 부담을 가맹점주와 5:5로 나누고 있는데 그 중 본사 측의 부담액인 50%를 상품 미수금 처리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정책이 가맹점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생존 경쟁의 치열함을 반영하고 있다. 적정 외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매출을 올리려는 치열한 노력이 결국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를 최악의 상황을 몰아 넣고 있다.
참여연대 최인숙 간사는 “고발에 참여한 가맹점주들이 자신의 신상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마스크까지 쓰고 오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절실한 문제다”라며 생계형 가맹점주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대변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토니모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