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러스사이즈모델 김지양 “다양한 아름다움 존중받아야” [인터뷰]
- 입력 2013. 07.18. 09:38:53
-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모델이죠”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델이 또 있을까. 모델과는 상관없이 평범한 일상을 지내왔던 그가 갑작스럽게 모델을 시작했다니 그의 오랜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그가 모델이라는 사실에 신기함을 감추지 않는다고 전했다.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패션모델과 비슷한 체형에 가슴과 엉덩이에만 볼륨이 있는 일명 잡지용 모델과, 리얼사이즈 혹은 오버사이즈라 불리는 통통한 체형의 모델이다. 모델 김지양(26)은 후자에 속한다.
고등학교 시절 165cm의 키에 54kg의 몸무게를 유지하다가 고3 시절부터 서서히 10kg 이상이 불어나게 됐다. 처음부터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살이 찌며 거울을 외면한 채 살아오다 문득 거울의 비친 자신의 외모가 생소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20살 때부터 21, 22살 때 사진을 차례로 돌아보니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그때부터 ‘현재의 모습’에도 애정을 갖기 시작했고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에 지원하게 됐다.
주변에서도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던 도전이었지만, 그는 도수코 2차 전형에서 떨어진 이후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키가 크지 않은 대신 플러스사이즈 모델로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
그는 미국의 에이전시에 비디오 오디션을 제출한 뒤 연락을 받고 ‘숙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오고 싶으면 오라’는 말에 오기가 생겨 보증금을 털어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단박에 꿈을 잡았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최대 플러스사이즈 패션위크인 ‘FFFweek(Full Figured Fashion Week)’ 런웨이에 서게 됐다.
화려한 데뷔 무대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시장은 여전히 열악했다. 그가 특히 느꼈던 것은 인식의 차이였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는 브랜드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날씬한 모델을 기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처음에는 상업모델을 꿈꿨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델을 뛰어넘어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명감이나 책임의식으로 모델을 하는 건 아니고요. 촬영 하는 순간이 즐거워요.”
때문에 그는 패션모델로서 더 노력해야했다. “패션뷰티에 문외한이라 더 노력했어요. 기성복이 맞지 않기 때문에 옷을 사는 데에도 제약이 많았죠. 제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는 남들은 즐기면서 하는 쇼핑도 공부하듯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바지를 사기 위해서는 모든 브랜드의 검은 바지를 입어봤다. 사이즈도 본인의 사이즈를 비롯해 앞뒤 사이즈까지 총 3벌의 검은 바지를 입어봤다. 아무리 많은 옷을 피팅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SPA브랜드에서 많이 입어보는 방식으로 시간을 들여서 쇼핑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6시간이나 걸렸다고.
뿐만 아니라 입어봤을 때 안 어울리는 옷에 대해 분석했다. 피부색과 맞는 색이 아닌지, 허리선의 위치가 낮은지…. 분석하다보니 잘 어울리는 옷에 대해 알게 됐다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는 ‘가오리핏, 라운드넥은 어울리지 않는다’, ‘브이넥이나 입술넥의 상의, 하이웨이스트 하의가 잘 어울린다’는 등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에 있어서 “‘나는 안 된다’고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는 칵테일 드레스, 튜브톱, 원숄더 원피스 등과 같은 ‘과감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베이직하우스의 모델로 배우 고창석이 기용되는 것을 보면서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캠페인, 전시, 세미나, 워크숍 등 다방면으로 활동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주제는 ‘사이즈와 상관없는 아름다움’이다.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