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간판을 건 두 공간, 진료실 vs 관리실
입력 2013. 07.22. 09:35:15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최근에는 피부과 내에 피부 관리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환자가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진료와 관리를 함께 운영하는 피부과 시스템이 당연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운영은 환자들의 피부 질환 진료보다는 각종 관리와 시술로 이뤄진다. 이렇다보니 환자들도 피부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방문하기보다는 관리실로 직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병원 측에서도 관리와 시술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시술을 권하곤 한다.
문제는 몇몇 피부과에서 전문의와의 상담도 생략된 채 실장급 관리사나 담당 관리사와의 피드백으로 관리와 시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강남 N피부과에 다니던 성인여드름 환자 김씨는 1년 전 의사의 권유로 피지를 억제하기 위한 약물치료와 피부 관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피부 관리는 의사의 관여 없이 관리사의 판단 아래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 해 11월 관리를 받고 난 뒤 이마 한가운데에 깊은 상처가 생기더니 얼마 뒤 물집과 고름까지 피어나기 시작했다.
“몇일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병원에 찾아갔어요. 상처를 찍어놓은 사진을 보여주니 병원 쪽에서도 놀라더군요. 상처가 없어지지 않으면 끝까지 책임지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죠. 그래서 우선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데스크에 앉아 있던 실장이 의사를 만나도 약을 처방해주는 방법 외에는 소용이 없을 거라더군요. 결국 실장이 덜어준 병원 내 약만 받아서 돌아왔어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나도 상처가 없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의사를 만나겠다고 찾아갔죠. 그런데 그날도 의사가 시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만나기 어렵다는 거예요. 결국 실장은 다른 종류의 약을 주며 딱 한 달만 더 발라보라더군요. 전혀 없어지지 않았어요. 지난 19일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도 실장이 상담실로 따로 데려가더군요. 화를 내며 담당 의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죠. 결국 실장 측에서레이저 시술을 해주겠다며 시술을 할 때만 의사가 잠깐 나오더군요. 의사는 저의 상처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레이저 시술을 진행한 것이죠”
당시 생긴 상처가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측에서는 의사에게 숨기는데만 급급하다는 것. 환자가 의사를 한번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 분위기다.
실상 대학병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병원이 전문의의 진찰과 피부 관리가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는 바람에 의사는 관리를 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를 받는 환자 중에 이런 환자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피부과 의사가 처방한 약물과 관리실 내 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에도 의사와 관리사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다. 이름만 피부과를 빌려 쓸 뿐 환자의 상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진료와 관리가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인이기도 한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는 입버릇처럼 “환자는 의사를 만날 권리가 있으니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피부과에서는 암묵적으로 진료실과 관리실을 분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환자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의사에게 숨긴 채 관리실 내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관계자들도 문제이거니와 병원 내에서 진행되는 여타의 시술, 관리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의사들도 경각심을 갖고 환자를 돌봐야할 필요가 있겠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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